담뱃값 인상에 "우리가 봉이냐" VS "흡연 줄었으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윤성호 기자)
담뱃값이 현재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고되자 흡연자들은 ‘우리가 봉이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고, 비흡연자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흡연자인 진민규(41) 씨는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담뱃값이 싸다는 건 알지만 두 배 가까이 갑작스레 뛴다니 당혹스럽다”면서 “담배 피울 공간이 줄어드는 것도 서러운데 돈 내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만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정문(21) 씨는 “세금을 왕창 거두려고 담뱃값을 올리는 것 같은데 왜 하필 타깃이 흡연자냐”면서 “주변에서는 전자담배를 산다거나 연말에 50만 원어치 담배를 미리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미리 사두자’는 심리에 애연가들의 발길이 편의점으로 향하면서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편의점 업주인 최 모 씨는 “많게는 네 보루까지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사재기가 심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두 보루씩 사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의 한 편의점 종업원인 정 모 씨도 “평소보다 많이 사가는 것 같다”면서 “담배를 벌써 한 보루씩 모으려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연족’으로 전향하겠다는 흡연자도 있었다.

재수생 김 모(20) 씨는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을 계획”이라면서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김진명(25) 씨는 “담뱃값이 오르면 최저임금의 90%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같은 알바생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3일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흡연자 3명 가운데 한 명은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겠다고 답했다.

비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김연수(62) 씨는 “아무래도 흡연율이 좀 줄어들 것 같고 담배 냄새도 덜 나게 될 것 같아서 담뱃값이 좀 올랐으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또 50대 여성 김 모 씨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길 가면서 재를 털고 뒤에 가는 사람은 연기를 마시게 되는데 흡연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한다”면서 찬성했다.

김 씨는 그러나 “담뱃값이 올라도 필 사람은 피우지 않겠냐”면서 “좀 더 근본적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엇갈렸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 금연 운동 단체들은 “담뱃값은 당연히 인상해야 했던 것”이라면서 오히려 인상 폭이 작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민층에게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서민증세”라면서 “부자 증세 없이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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