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여권 안팎에서 줄곧 활동해왔으며 지난 대선때는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전혀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일부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설명이 필요하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핵심 당직자들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할 때까지도 전혀 내용을 알지 못했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실상 탄핵을 받은 상황인데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새누리당 정권창출의 주역인데 그분의 일면의 개혁성을 인정하지만 이건 자존심이 없는 거다.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의외"라면서 새정치연합 정체성과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1일째 단식농성 중인 정청래 의원은 문자성명서를 통해 "만약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 주역인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강행한다면 제가 모든 것을 걸고 온몸으로 결사저지 하겠다"고 말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세월호법 문제와 거취문제에 대해 답을 달라고 했는데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니 자괴감이 크다"며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인데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이 교수를 모셔야 한다면 박 대표 역시 '세월호 진상규명 못하면 의원직을 그만둔다'고 하든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마디로 멘붕이다"라고 말했다.
중도성향의 재선 의원은 "당외 인사라고 해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우리 당의 정치문화를 잘 모르는 새누리당에서 일한 분은 옳지 않다"며 "비대위 공동위원장 얘기가 나오는데 조강특위와 지역위원장을 장악하려는 꼼수 아니냐"고 밝혔다.
당내 친노(친노무현)계와 486의원들이 주축인 '더좋은 미래'도 성명서를 내고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교수를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따라서 당 지도부에 영입 작업의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15명 안팎의 의원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고, 이 교수 영입에 대해 논의했다.
박 원내대표 주변과 일각에선 이 교수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원대대표실 관계자는 "당 개혁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고, 다른 충청권 출신 의원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4선의 이석현 의원은 "이 교수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했지만, 당안에서 소외될 정도로 바른 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개혁.혁신에 역할을 할 사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당이 대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개혁이 필요한데 인연이 복잡하게 얽혀있있는 인사보다는 독립돼 있으면서 정당 개혁의 소신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어쭙잖게 우리당과 인연을 가진 분보다는 철저하게 분리된 사람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달 20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고 당적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에 이어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해 오다가 정치 개혁 등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여권과 거리를 두며 비판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