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꽃이다"…최정화 '총천연색' 전시

최정화 작가 '꽃의 매일'
'꽃의 매일', 꽃의 만다라', '꽃의 뼈', '청소꽃'….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최정화의 '총천연색' 전시. 작품 제목은 모두 '꽃'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꽃모양 오브제로 만들지 않은 작품이 더 많다.

'꽃의 매일'은 연두색과 주황색 플라스틱 소쿠리로 7m 높이 탑을 8개 쌓아올렸고, '꽃의 만다라'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꽃의 뼈'는 알록달록한 장난감 총을, '청소꽃'은 각종 청소도구를 큰 통 위에 꽂아넣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꽃이다'는 게 이 전시의 주제다. 하찮은 사물에 애정을 갖는 작업방식으로 유명한 최정화 작가는 "작품 중 실제 꽃은 한 개도 없다. 내가, 여러분이, 우리는 꽃이라는 게 이 전시의 테마다. 느껴달라"고 했다.

대중과 미술을 함께 누리고 즐기려는 의지도 읽힌다. '꽃의 매일' 공동작업에는 구 서울역사의 또다른 주인이자 소외된 이웃인 노숙자가 참여했다. 3주간 8600개의 플라스틱 소쿠리를 쌓는 고된 반복작업. 그러나 참여자들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꽃의 만다라'도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접수받는다.

최정화 작가 '꽃의 만다라'
최 작가는 "미술이 너무 높은 곳에 있지 않나. 내려와라. 같이 놀자"라며 "비엔날레가 전문가를 위한 전시라면 제 전시는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백성을 위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작품에 대한 해석 역시 강요하지 않는다. "'꽃의 매일' 작품에서 크리스마스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연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작품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스펙트럼이 다양해진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구 서울역사(사적 제284호)에 공간성을 부여했다는 의미도 있다. 구 서울역사는 우리의 삶과 역사가 켜켜이 쌓인 근현대 문화유산이다. 2004년 KTX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전국 철도망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신역사가 들어서면서 역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됐다. 하지만 2012년 4월 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로 탈바꿈하면서 대중이 예술을 즐기는 역동적인 장소로 변모했다.

이번 전시의 홍보를 총괄하는 김상윤 씨는 "구 서울역사는 쓰임새가 없어지면서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하지만 다양한 전시·공연을 선보이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상실했던 공간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9일까지 열린다. 전시관람은 무료, 문의: 02-3407-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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