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OCA 규정에 따르면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 프레스센터, 공항 등에는 참가 회원국들의 국기가 게양되어야 한다'고 돼있다. 규정이 아니더라도 국제대회 참가국들을 똑같이 대우하고 거리에 이들 나라들의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도 거리에 인공기가 걸렸었다.
남북이 갈려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에 버젓이 인공기가 걸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45억 아시아인들의 기량을 겨루는 체육행사이고, 북한도 그 일원으로 참가하게 됐을 뿐이다. 이런 행사에 정치적인 이유로 참가국들의 국기를 뗀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고, 대북관계에서의 편협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공기 문제는 북한의 응원단 파견 협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북한이 끝내 응원단 파견을 철회한 것은 체재비 문제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우리 측이 먼저 대형 인공기를 사용한 응원에 우려를 나타내 북측을 자극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인공기 철거가 단순히 대회 조직위 차원이라기보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도 인공기 훼손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11일) 북한 선수단 1진이 들어오고, 인천 아시안게임은 이제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조직위가 내세운 3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가 소통과 화합, 배려이다. 이념과 종교, 민족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인공기 문제로 그 목표가 빗나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