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 폭발 직전…"법안을 처리하든가, 세비를 토해내라" 호통
추석 연휴 내내 지역구를 돌며 민심 잡기에 나섰던 국회의원들은 지금껏 이렇게 성난 민심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구갑 ·재선)은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여당 지지층에서도 방탄 국회에 대한 비판 의견이 많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다를 줄 알았는데 도루묵이라며 실망스럽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전혀 일을 못한다며 답답해하다가 결국 국회 폐지론까지 얘기가 나오더라"면서 서늘했던 기억을 상기했다.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4선)은 "명절마다 전통시장, 사회복지시설, 파출소 등 민생현장을 돌아다니는데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것은 처음 봤다"며 성난 민심을 전달했다.
원 의원은 "민심이 폭발 직전"이라면서 "서민은 살기 힘든데 민생경제 살리는 법안들을 통과시키지도 못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추석 민심은 너무나 따가웠다"면서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조직적 부결은 국회에 대한 불신에 휘발유를 끼얹는 악수였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 동두천· 재선)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을 향한 민심이 정말 좋지 않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는 호통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도 먹고 사는 문제이니 빨리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재선)은 "서민들 대다수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데 국회는 왜 일을 하지 않느냐"면서 "차라리 상여금을 토해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말했다.
◈ 세월호 특별법 정국 해법 놓고는 여전히 제각각
새누리당은 민생 해결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 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민생 법안 처리 조건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선결돼야 한다는 해법을 고수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심은 그야말로 '민생을 살려달라는 절규'였다. 야당에 대해선 화가 나 있고 여당에 대해선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여야가 협상을 계속 하더라도 다른 민생 법안은 분리 처리해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5일 본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면서 야당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재선)은 "이번 추석 민심을 들어보니, 야당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았다"면서 "세월호 국면에서 경제 살리기 국면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새누리당은 양보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양보를 했기 때문에 합의가 잘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너무 세월호 특별법을 붙잡고 있지 않느냐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손을 놓으면 유가족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냐고 설득하면 다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도 "좀 더 세게 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세월호 특별법을 너무 유가족 편에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SNS) 등에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에게 특혜를 주는 법으로 왜곡돼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면 잘 몰랐다며 야당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