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주이며 일부에게는 애플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한 잡스는 당초 아이폰의 최적 크기를 3.5인치로 규정하고, 태블릿PC도 10인치에 가까운 크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 크기여야 하며 태블릿PC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자신의 판단을 자신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애플 내에서 잡스의 판단과 다른 제품이 나오기가 어려웠다. 잡스 자신이 가장 열렬한 애플 제품의 소비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같은 제품에 대한 열정은 애플 제품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때로는 시장의 변화나 기술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못한 데 따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이폰4를 내놓을 때 개발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속 테두리를 고집했다가 이른바 '데스그립'이라고 불리는 통화불량 문제를 겪은 일화는 잡스의 전기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잡스에게서 CEO 자리를 넘겨받은 팀 쿡은, 잡스와 달리 좀 더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팀 쿡은 먼저 아이폰의 크기를 4인치로 0.5인치 늘였고, 이어 잡스가 "사망한 채로 도착(DOA; Dead On Arrival)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7인치대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를 내놨다.
이어 이번 행사에서는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잡스의 애플'을 벗어나려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7인치 태블릿PC든 대화면 스마트폰이든 시장이 있고 소비자가 원하면 그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애플의 방향을 튼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7인치대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대해서도 시장분석업체들이 호평하고 있다.
사내 의사소통에서도 팀 쿡은 잡스와 달리 좀 더 온화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믿을 만한 임원에게는 아예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에게 거의 전권을 위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팀 쿡이 "(의사결정을 할 때)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최근 전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잡스가 팀 쿡에게 절대 자기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잡스의 뜻에 따라 '잡스의 애플'이 조금씩 희미해지면서 '팀 쿡의 애플'로 변해가는 모양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