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이기영 교수팀(곽수영·이보람)과 국립암센터 이도훈 박사팀은 지난해 10~11월 사이 서울의 나이트클럽 3곳 중 흡연이 완전히 허용되는 2곳과 별도의 흡연실을 둬 비교적 흡연이 제한된 1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 측정한 결과, 최대 27.3배의 차이를 보였다고 10일 밝혔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 지름이 2.5㎍/㎥ 이하(PM 2.5)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이중 초미세먼지는 폐 조직에 침투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좋음-보통-약간나쁨-나쁨-매우나쁨' 등 5단계로 나눠 예보하고 있는데 만성질환자나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매우나쁨' 농도가 200㎍/㎥ 이상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손님이 몰리는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를 기준으로 흡연 나이트클럽의 주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38.9㎍/㎥로 금연 나이트클럽의 16.7㎍/㎥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는 주말도 마찬가지로 흡연 나이트클럽이 300.7㎍/㎥, 금연 나이트클럽이 94.5㎍/㎥로 각각 측정돼 3.2배 차이를 보였다. 흡연 나이트클럽의 평일 최고치는 693.5㎍/㎥를 기록했다.
특히 흡연 나이트클럽 중 1곳은 주말 미세먼지 농도가 808.9㎍/㎥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반인들도 외출을 삼가야 하는 200㎍/㎥ 이상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위해성 논란이 된 중국발 미세먼지의 최대치가 200㎍/㎥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나이트클럽의 공기의 질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 당시 각 나이트클럽의 평균 입장객은 158명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호프집에서 흡연 여부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대 32배까지 차이가 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기영 교수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면 호흡과 심장 박동수가 상승하고, 이는 결국 미세먼지 등의 오염원에 대한 노출이 커지는 것"이라며 "흡연시 발생하는 독성 화학물질이 벽이나 집기 등의 표면에 흡착될 수 있고, 이게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간접흡연의 폐해도 커지는 만큼 나이트클럽에 대한 흡연 규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