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한 책임을 물어 신규 경제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휴전'이라는 변수가 발생하자 결정을 사흘 미루고 상황을 보기로 한 것이다.
EU가 마련한 새 제재안은 러시아 국영 또는 에너지 기업의 유럽 자본시장 접근을 막는 게 골자다.
◇ EU, 제재 결정 8일로 연기…오바마 "휴전에도 제재 시행"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은 일단 우크라이나 휴전에도 러시아 제재를 시행한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했다.
이날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휴전에도 러시아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휴전 합의와 관련해 우리는 분명히 기대하지만, 과거 경험에 따르면 분리주의자들이 휴전을 지키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통치권과 영토적 통합성 침범을 중단할 것인지는 회의적"이라며 "따라서 이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U 외교관도 "EU는 러시아 행동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줄지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EU는 애초 이날 결정할 예정이던 제재를 8일로 늦췄다.
그러면서 휴전 이행에 따라 제재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휴전 협정만으로는 제재를 보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러시아 신규 경제 제재를 예정대로 추진할 뜻임을 밝히고 나서 "휴전 협정이 준수되고, 러시아 군대가 철수하며, 완충 지대가 확립된 것이 확인되면 제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와 미국은 러시아가 크림을 병합한 지난 3월 이후 러시아 제재를 시행해 왔다.
지난 7월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되면서 EU는 제재 수준을 높여 경제 제재를 시행했다.
이후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달 말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 새 제재안 골자는 러시아 국영기업 유럽 자본시장 접근 금지
EU가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러시아 제재안은 지난 7월 마련돼 시행 중인 경제 제재안을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EU 회원국 정상들의 지시에 따라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러시아 경제 제재안에는 유럽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러시아 기업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국영은행만 제재 대상이지만 새 안에서는 모든 러시아 국영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러시아의 방산그룹과 정부가 통제하는 석유회사도 제재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석유부문 자회사인 가스프롬 네프트 등도 타격을 입게 됐다.
또 군수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화학 물질이나 전자 제품 등 이중용도품목(Dual Use Goods)의 대 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이중용도품목 물품을 러시아 방위산업 분야에 수출할 수 없도록 했으나 모든 러시아 수입업체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자산 동결과 EU 회원국 내 여행 금지 조치 대상이 되는 개인도 더 늘리기로 했다.
몇몇 EU 회원국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EU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심해 시추, 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등에 쓰이는 장비 수출을 금지한 기존 제재안에 더해 에너지 부분의 첨단 기술 판매도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추가 제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