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돌파 그리고 강력한 슈팅으로 베네수엘라 수비를 흔들며 한국이 승리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에서 3-1로 역전 승리했다. 골키퍼의 실수로 선제골을 어이없게 허용했지만, 전반 한 골·후반 두 골을 몰아넣었다.
이날 승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베네수엘라 진영을 휘저으며 공격의 활로를 만들어 냈다. 공격보다 수비 숫자가 많아도 손흥민에게만 공이 가면 기회로 이어졌다.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손흥민의 움직임은 베네수엘라 수비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수비 한 명은 물론 두세 명이 붙어도 쉽게 따돌렸다. 베네수엘라 수비에게 손흥민을 막는 방법은 파울뿐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경기 초반부터 시작됐다. 전반 2분 한국 진영에서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약 40여 미터를 공을 몰고 질주했다. 수비 두 명이 손흥민의 뒤를 쫓았지만 따라잡지 못했다. 왼쪽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공을 몰고 온 손흥민이 왼발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수비에게 막혔다.
전반 12분에는 발재간이 빛났다. 수비 4명의 틈바구니에서 슛 페이크 모션으로 한 명을 제친뒤 세 명의 사이를 빠르게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상대 수비의 무릎에 사타구니 부근을 걷어차이며 부상을 당했다. 손흥민은 바로 들것에 실려 잠시 경기장 밖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 뒤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온 전반 13분. 손흥민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베네수엘라 키퍼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듯한 슈팅이었다. 왼쪽 사이드 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천천히 드리블을 하며 패스할 곳을 찾다 빈 공간이 보이자 재빠르게 슛을 때렸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반 41분에는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이명주와 원투 패스를 한 뒤 바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갔다. 당황한 수비가 슬라이딩 태클을 했지만 이 역시 가볍게 피했다. 단번에 수비 4명을 제치는 플레이였다. 태클을 한 수비 발끝에 공이 살짝 닿아 손흥민이 바로 슛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앞에 있는 이동국을 향해 가볍게 패스했지만 수비에게 막혔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페널티 박스 안쪽 혼잡한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아웃프론트로 논스콥 슈팅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공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후반 21분에는 차두리의 크로스를 수비 2명 사이에서 몸싸움을 하며 헤딩했다. 머리에 제대로 맞지 않아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후반 26분에는 이청용의 측면 패스를 받아 오른쪽 페널티박스 각도가 없는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각적인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손흥민이 공중볼을 발로 잡으려는 순간 상대 수비에게 오른쪽 종아리를 걷어차였다. 손흥민은 웅크린 상태에서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고통스러워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브라질월드컵 뒤 첫 경기였다.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며 "내가 골을 넣진 못했지만 (이)동국이 형이 100번째 A매치에서 득점을 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루과이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독일에 돌아가서 더 열심히 노력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