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축구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손흥민은 발전을 거듭해 16년이 지난 지금 한국 축구 대표팀의 희망이자 에이스로 성장했다. 환희만큼 좌절의 순간도 많았던 이동국은 끊임없는 노력 끝에 아무나 달 수 없는 '센츄리 클럽'의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5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이날 경기는 이동국의 A매치 통산 100번째 경기로 주목을 받았다. 이동국은 작년 6월 이후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다가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음 열리는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의 호출을 받았다.
"네 실력으로 100경기를 채우게 됐다"는 소속팀 전북 최강희 감독의 격려는 이동국을 춤추게 했다. 여전히 K리그 클래식 최정상급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동국은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날 2골을 몰아넣으며 자존심을 세웠다.
1-1 동점이던 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동국의 첫 골이 터졌다. 스트라이커의 '킬러 본능'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이동국은 오두방정을 떨지 않았다. 두 손을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니폼 등번호를 가리켰다. "내가 이동국이다"라고 조용히 어필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세리머니가 끝나갈 즈음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이 다가왔다. 손흥민은 자신이 골을 넣은 것만큼이나 환한 표정을 지으며 이동국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동국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의 '최고참'에게 자신의 무릎에 발을 올려놓기를 부탁했다.
신발을 닦아주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피치에서 선수가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세리머니 중 하나이자 존경심이 없이는 할 수 없는 감동의 세리머니다.
손흥민은 대표팀 소집 당시 이동국의 발탁에 대한 질문에 "꾸준히 리그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다. 존경스럽다"고 답한 바 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행동으로 이동국에 대한 존경심을 표출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동국)는 미래(손흥민)와 함께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