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청주의 한 대학교 도서관.
서둘러 고향길에 나선 귀성객들과 달리 도서관에서 취업준비에 한창이 청년들에게서는 명절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고모(29) 씨는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등지고 홀로 청주에 남아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4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올해로 벌써 5번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봤지만 최근 시험에서도 결국 쓴 잔을 마셨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때 친지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곤혹스럽기만 했던 고 씨는 연휴를 앞두고 미리 부모만 찾아 뵙는 것으로 명절나기를 대신했다.
고 씨는 "친척들이 가볍게 던진 안부 물음에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공무원 시험 합격을 장담할 수 없어 별도로 취업 준비도 해야하는 형편에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소연 했다.
고 씨처럼 명절이 반갑지 않은 청춘들의 사연은 수년 전부터 명절 연휴에도 문을 열고 있는 도내 대학 도서관에 넘쳐나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충북대는 8일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청주대는 연휴 기간 내내 도서관의 문을 여는 등 도내 대다수의 대학들이 도서관을 개방한다.
청주의 한 대학 도서관 관계자는 "취업에 한창 곤두서 있는 청년들을 위해 해마다 명절 연휴에도 도서관을 개방한 게 벌써 오래됐다"며 "명절 때 도서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을 보면 어른 입장에서 딱하고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8일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의 청년실업률은 9.1%로 전체실업률 2.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수 년 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취업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청년 실업은 명절을 즐겁게만 보낼 수 없는 현 세대 온 가족의 아픔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