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추석을 맞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예년 같지 않다. 추석이 너무 이른 탓만은 아니다. 공동체가 여러 갈래로 찢기고 상처 입은 까닭이다.
우선 세월호 참사로 생떼 같은 자식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 너무 크다. 사고 발생 넉 달 반이 지났지만 10명이 아직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마련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은 올 추석에도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속절없는 세월은 흐르고 고령의 혈육들은 자꾸만 세상을 등지고 있다. 이별의 한과 그리움만 쌓여 간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남북간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팀이 참여하긴 하지만 응원단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인 불황 속에 부모와 조상을 찾아 귀성길에 오르지 못하고, 회색의 거리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발길들도 적지 않다. 취업난과 임금체불 등으로 차마 고향을 향하지 못한다.
교육계의 갈등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자사고 존폐문제와 전교조 전임교사 복귀문제를 둘러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대립이 거세다.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경제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계부채가 천조 원을 훌쩍 넘어 위태로운 지경인데,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모두 풀어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 자칫하면 중산층과 서민들 쪽박 차게 생겼다.
한편으론, 식민사관과 독재미화로 무장한 늙은 전사들이 앞장서 역사전쟁, 이념논쟁을 주도하며 시대를 거슬러 내달린다.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양극화돼서는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고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박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운데 가장 국민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국민대통합을 통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아파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심을 어루만져야 한다.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빈부격차,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국민들도 정부나 정치만 바라보며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혼란스럽고 고단한 상황을 잘 견뎌내야 한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 서로 돌아보며 격려하고 짐을 함께 나누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