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찾기 힘들다'…푸틴 평화안에 서방 '싸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계획을 내놓았지만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서방의 반응은 싸늘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몽골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교전사태를 논의했다면서 양측의 교전 중단과 구호물자 전달, 포로교환 등 7개 항을 사태 해결의 전제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모호하고 대략적인대다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 장치가 언급돼있지 않다며 사태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의문점만 키웠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나토의 대응 등에 관해 연설을 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나왔다.

NYT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쏠릴 관심을 흩뜨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측에서는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계획이 4∼5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시도이며 겉치레에 불과하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고 옛 소련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휴전 합의는 예전에도 잘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아 속단하기 이르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공동으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4일자에 기고문을 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두 정상은 기고문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불법 병합하고 자국군을 우크라이나 땅에 들여보내 주권을 위협하는 등 규정집을 갈가리 찢어버렸다"며 "러시아가 총을 들이대며 주권국의 권리를 버리도록 위협한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불구, 러시아에 상륙함 수출을 강행하려 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상륙함 두척 가운데 첫번째 상륙함의 인도를 보류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휴전 논의 제안이 나온 뒤 상륙함 수출계약 이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휴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확정되고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푸틴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며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이같은 목표를 위한 '그림자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소장은 "휴전이 성사되면 러시아로서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어 큰 승리가 될 것"이라며 "푸틴의 마지막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완충 지역으로 두는 것이며 이를 위한 그의 전략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집권 1기 시절 자문을 맡았던 스타니슬라브 벨코프스키 모스크바 국가전략연구소장도 "푸틴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비공식적 영향권에 두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연방제를 원하고 나토 가입을 막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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