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이 내달 18일 같은 날에 필기시험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을 노려온 구직 희망자들은 A매치 관행으로 여러 곳에 응시할 선택의 기회를 제한받는데다 올해는 채용인원마저 줄어 한층 더 좁아진 문을 뚫어야 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감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오는 10월 18일을 신입직원 공채 필기시험 일자로 확정했다.
아직 채용 공고를 내지 않은 예금보험공사나 한국거래소 등 다른 금융 공기업도 같은 날 시험을 볼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내부적으로 내달 18일을 필기시험 날짜로 이미 정해놓은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필기시험은 같은 날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이 같은 날 시험을 보는 관행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우수한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다 보니 자연스레 시험 날짜를 담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먼저 시험 날짜를 공고하면 금감원이나 다른 금융 공기업들이 따라오는 방식이다. '신의 직장'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한은과 금감원의 자존심 싸움이 얽혀 있다는 추정도 있다.
A매치는 원래 축구에서 정식 국가 대표팀 간 경기를 의미하는 용어였으나, 언젠가부터 같은 날 시험을 실시하는 금융 공기업에 들어가려는 구직자들의 쟁탈전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매년 A매치가 치러지는 'A매치 데이'에는 하루 2만∼3만명 수준의 취업 희망자가 시험에 응시하면서 전국 대학가와 취업학원이 들썩거린다. 필기시험을 볼 기회도 수백 대 일의 서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입사에만 성공하면 대졸 초임이 3천만원대 중반이고 평균 연봉은 1억원 안팎에 달하는 고임금이 보장되는데다 일반 기업에 비해 덜한 구조조정 불안감 등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할 수 있어 구직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들 금융 공기업 취업을 노리는 '스터디 모임'을 따로 A매치반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래서 금융 공기업 취업을 준비해온 구직자들은 'A매치 데이'의 관행이 여러곳에 응시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면서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임민욱 사람인(취업포털사이트) 팀장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험 날이 분산되면 응시자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중복 합격 후 입사하지 않는 데 따른 결원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관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주요 금융 공기업들이 작년보다 A매치 채용 규모를 줄여 A매치를 노려온 구직자들이 한층 더 좁아진 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70명을 뽑은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있어 채용인원을 50명 내외로 줄일 계획이다.
한은(72명→62명이내)은 장애인과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을 이유로, 예보(27명→12명)는 상반기 채용을 이유로 각각 A매치 채용 예정 규모를 줄였고 금융감독원(50명→45명내외), 수출입은행(40명→32명내외) 등도 줄이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