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띄우기 과속스캔들?…곳곳에 허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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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팀이 7.24대책에 이어 불과 한 달여만에 9.1대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집값 부양책을 펴고있다.

하지만 몰아치기 식 규제완화는 곳곳에서 설익은 흔적과 허점을 드러내며 마찰음을 내고있다.

DTI, LTV 완화를 담은 7.24대책이 강남 특혜정책이라면, 9.1대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놓고 부자들을 편들며 주택정책의 공공성마저 흔들고 있다.

◈ 무주택 서민의 더 멀어진 '내 집 마련 꿈'

정부는 9.1대책에서 주택청약제도를 개편해 아파트 청약 시 다주택자에 대한 감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주택자에 대한 가점 제도의 적용 여부는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게 됐다.

현재는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의 경우 공급가구 수의 40%까지는 장기 무주택자에게 가점을 줘 배정하고 있다.

같은 1순위 안에서도 6등급(순차)으로 세분화해 5년 이상 무주택자이면서 월 납입금 60회 이상인 사람 가운데 총 납입금액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식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무주택’ 자격의 이점은 반감됐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어차피 무주택자들이 분양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을 움직여서라도 시장을 떠받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족쇄를 풀어 실제로 집값이 뛸 경우 무주택자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성장 사다리'를 뺏는 것과 마찬가지다.

◈ 기부채납 줄여 지자체에 부담 전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기로 한 것도 주택정책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기부채납은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 학교나 도로, 공원 등을 만들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로 기부채납율이 낮을수록 사업시행자에겐 이득이다.

반면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줄어든 기부채납 만큼의 공공시설을 세금 등을 통해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최승섭 부장은 "기부채납은 용적률 상향 등 불로소득 발생을 환수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이지만 이마저도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번에 기부채납률을 낮추려는 것은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서울 강북권에 대한 배려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용적률과 기부채납률까지 고삐가 풀리게 되면 도심 과밀화나 난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또 불거진 강남특혜…리모델링 시장도 혼란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서울 강남권은 7.24대책의 최대 수혜지역이 된 데 이어 9.1대책을 통해서도 추가 혜택을 입게 됐다.

우선,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 등의 규제완화는 비단 강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사업성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수혜자로 볼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 공공택지의 전매제한 기간과 거주의무 기간을 완화하기로 한 것도 강남권에 혜택이 집중된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강남3구의 수혜지역 분양가와 인근 매매가의 평균 차액은 759만원으로 경기·인천 수혜단지 평균차액 89만원보다 8.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는 고양 원흥지구 등 시세차익이 거의 없어 정작 규제 완화가 필요한 곳엔 혜택이 없고, 그 반대인 곳엔 혜택을 더 얹혀주는 불공평한 처사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보완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정책의 형평성에 대한 신뢰는 이미 흠집이 났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갑자기 꺼내든 재건축 완화 카드로 인해 리모델링 시장도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됐다.

리모델링에 비해 재건축의 사업성이 높기 때문인데,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결국 정부의 이런 밀어붙이기 식 집값 띄우기 정책은 그 내용은 물론 형식과 절차 면에서도 야당의 반발을 불러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토부가 9.1대책 발표 전까지 야당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두고 잔뜩 벼르고 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3일 당 회의에서 "다주택 소유자와 강남 경기부양책으로서 47%에 이르는 850만 무주택가구 서민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리라는 부자중심 강남특혜 부동산 정책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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