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행초기에 산업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감축률과 부담금 등을 대폭 완화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배출권 거래제를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관련 법령이 제정돼 있고, 국제사회에도 시행계획을 밝힌만큼 대외 신뢰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대신 제도 시행 초기에 혼란과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감축부담을 완화하고, 과징금 부담도 줄여주는 방안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률을 모든 업종에서 10% 완화하고, 여기에 더해 간접배출과 발전분야에 대한 감축부담은 추가로 완화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결국 배출권 할당량 자체를 10% 이상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기준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해, 배출권(1톤 CO2) 가격이 1만원이 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배출권 수요급증으로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가격은 1만원으로 묶이게 된다. 또 기준가격의 최대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도 결국 3만원을 넘을 수 없다. 당초 최대 10만원으로 설정됐던 과징금 부담이 3배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 배출권 거래제, 계획대로 내년 시행...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할당량을 늘려주고, 배출권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에 물리는 과징금까지 깎아줄 경우, 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우 배출권 거래제 시행 초기에 할당량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바람에, 지난 2007년에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0.3유로까지 폭락한 경험이 있다. 기업들에게 기본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할당량을 너무 많이 줘서, 굳이 배출권을 더 구입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인택 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장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기업들에게 할당량을 늘려주거나 과징금을 낮춰주는 것은 배출권 거래제도의 근본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기획재정부 정은보 차관보는 “2차 계획연도에 배출권 할당량을 조정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차 계획연도는 2018년부터 시작된다. 이번 정부에서는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한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 해야 할 의무를 다음 정권에 넘긴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배출권 할당량 대폭 증가와 과징금 부담 완화가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배출권 거래 시장이 유명무실해지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