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 6년 뒤로 시행연기…폐지수순 밟나

정부내 갈등 봉합했지만, 야당과 환경단체 강력반발로 논란 확산

그동안 산업부와 환경부가 실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결국 시행을 6년 뒤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오는 2020년 말까지 시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작년에 미뤘던 저탄소차 협력금, 이번에 또 연기

저탄소차 협력금은 온실가스(CO2)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에 부담금을 걷은 뒤, 이를 경차나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저탄소차량에 보조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대형차 구매자에게 부담을 주고 친환경 저탄소 차량의 구매를 지원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함께 대형차를 선호하는 차량구매 패턴을 바꾸기 위해 제안됐다.


저탄소차 협력금은 지난해 4월에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반발로 시행시기가 2년 뒤인 2015년으로 늦춰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2020년 말 이후로 시행 시기가 연기되면서 사실상 제도 자체가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소비자와 국내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큰 것으로 예상됐다”며, 유예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조세재정연구원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결과,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2020년까지 56만4천톤으로 당초 목표량 160만톤의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대형차 수요가 중소형차로 전환되면서 2020년까지 생산이 최대 1조8천억원 감소하고, 고용이 1만7천여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부담금과 보조금의 재정수지도 2016년부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유예하는 대신, 정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과 재정지원을 대폭 늘리고, 국내 판매차량의 평균온실가스 연비기준을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97g/km)으로 강화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 야당, 환경단체 강력 반발...정부 입장 정리에도 논란 확산

정부가 결국 입장을 정리하며 시행 유예 결정을 내놨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먼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연구용역 결과의 신뢰성 문제다. 특히 환경부는 연구분석의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첫 해에 시행을 해본 뒤에 보조금과 부담금 구간을 연차별로 수정해나가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게다가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 시기는 대기환경보전법의 부칙으로 명시돼 있다. 결국 시행시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의 반발이 거세 개정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며 “국회 입법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저탄소차 협력금제 연기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경제이익과 기후변화 대응 모두를 포기한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가 산업부와 환경부의 갈등을 봉합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시행을 연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이번에는 야당과 환경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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