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1등 기관사 손모(58)씨는 선원들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책임과 관련한 민감한 답변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손 씨는 "선장이 퇴선명령도 하지 않고 승객구호를 수행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았는데, 정당하냐"라고 검찰이 묻자 "직무유기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조타실로부터 선장이나 다른 항해사가 지시하는데 이번에는 아무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조타실에서 어떻게 하라는 지시가 없어서 마냥 선원실 앞에서 기다렸느냐"는 검사의 확인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손씨는 세월호에 탄 기간이 짧아 업무파악을 하지 못했다며 갑판부 선원 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세월호 3층 복도에서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구조를 기다리면서 기관장과 캔맥주를 나눠 마신 사실도 밝혔다.
손씨는 자신이 다른 기관사의 방에서 캔맥주 1개를 가져와 기관장과 마셨으며 그 이유는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탈출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고 여유가 생겨서 마신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구출될거라 생각 못했다"고 부인했다.
재판을 방청한 희생자 가족들은 휴정 시간에 "맥주 사줄까", "기억을 하려면 맥주 한잔 마셔야해"라며 야유를 보냈다.
손씨는 승객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판단착오였다", "잘못됐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당시 상황에서 선내에 대기하라고 방송한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1986년부터 배를 타 21년 8개월간 승무경력이 있는 손씨는 다른 선박에서 근무할 때 퇴선 상황이 되면 두 개 조로 나뉘어 좌·우현 비상 대피 구역으로 모여 비상뗏목을 내리고 퇴선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세월호에서 근무한 뒤로는 승객 퇴선 훈련이나 선박이 기울었을 때에 대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화재를 가정한 비상 훈련만 한 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비상시 선원별 역할을 적은 비상배치표를 검찰이 제시하자 손씨는 "보기는 했는데 숙지하지 못했다"며 "세월호 근무기간(4개월)이 짧고 다른 배와 달라 (승객 안내 요령을)숙지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해 그는 "선원실 책상에 앉아있는데 '끼익'(화물이 밀리는 소리)하고 5초가량 소리가 나더니 배가 좌측으로 기울어서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