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아이 손에 들려 온 한 장의 안내문 때문이다. '2014년 2학기 특별활동비 납부 안내'라고 적힌 종이에는 추석 때까지 ‘입금’해야 할 6개월치 돈의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교재부터 시작해 야외활동과 음악활동, 현장학습비, 영어까지 두 아이 몫으로 모두 100여만원을 송금해야 한다. 어린이집 측은 이 가운데 교재비 2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금 납부를 요구했다.
"어린이집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대부분을 현금으로 내라고 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가뜩이나 이번에는 추석도 빨라서 부담인데, 카드 납부면 할부라도 할 수 있지만…"
"정부 무상 보육 덕분에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무상 보육 실시 후에 이것저것 특별활동이 많아지더니 결과적으로 비용면에서 큰 차이는 못 느끼게 됐어요" 김 씨의 말이다.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어린이집 측에 말을 건넬 수는 없어요. 아이 가진 부모들이라면 다 똑같을 거예요" 김 씨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특별활동을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다른 아이들 다하는데 우리 아이만 빠질 수도 없잖아요. 다른 아이들 모두 야외 활동하러 나가는데 우리 아이 혼자만 어린이집에 남으라고요? 현실을 모르는 소리죠"
정부 무상 보육 실시 후 일부 어린이집들이 이런저런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가욋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의미가 퇴색되어진 무상 보육. 어린이집 비용은 여전히 가계 부담이다. 6개월치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린이집 측에서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도 가계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 씨는 "어린이집 외에 별 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음에도 무상 보육 이전이나 지금이나 가계 부담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