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뉴라이트 성향 이인호를 KBS 이사장으로 앉히려 할까?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유투브 캡처)
방송통신위원회가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보궐이사로 선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이인호 명예교수의 KBS 보궐이사 추천안을 논의한 끝에 야당추천위원 2명이 퇴장한 가운데 여권추천이사 3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KBS 이사는 방송법 제 46조제3항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된 이인호 보궐이사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기간인 2015년 8월 31일까지다.

이에따라 KBS 이사회는 오는 3일 이사회를 열어 중도사퇴한 이길영 이사장 후임 이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KBS 이사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뽑는데, KBS이사회는 11명의 이사 중 여권추천 7명 야권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이인호 교수가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인호 명예교수의 KBS 이사장 내정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원인은 원로 역사학자인 이 교수는 2006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인데다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설을 극찬하는 등 극우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인호 교수가 KBS 이사장으로 확정될 경우 사회적으로 친일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우려된다. 이인호 교수가 문창극 후보자의 논란이 된 교회강연을 두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고 최근 역사문제에서도 친일적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왜 이인호 명예교수를 KBS 이사장으로 앉히려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대사를 지낸 이인호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인호 교수는 지난해 3월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했다.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인호 교수의 당시 이런 발언을 PP(박근혜 대통령 약칭)가
메모를 했고 그래서 KBS 이사장으로 앉히려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국사교과서 검정화 추진과도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인호 교수를 임명하려는 의도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임명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은 바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집필을 목적으로 한 '교과서 포럼'의 준비위원장과 공동대표를 지냈고, 종북 척결을 내세운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의 연합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해서 박근혜의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발언을 두둔해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인호 교수 역시 2006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고 2007년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내면서 백범 김구선생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교수는 특히 문창극 후보자의 친일발언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에 출연해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을 대입하면 청와대가 왜 이들을 중용하려는지 그 의도를 추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영익은 이승만을 '국부'로 칭하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고 했으며, 뉴라이트 성향의 '대안교과서'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유영익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역사왜곡 논란이 있은 직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2013년 10월 취임).

일련의 이런 움직임은 청와대가 이른바 국사교과서 검정화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없애고 공영방송을 장악해 이를 홍보하려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1일 "경술국치 104년인 지난 8월 29일 박근혜 정부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파 이명세(李明世)의 손녀인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KBS 이사장에 내정했다"며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또 한 번 우리 국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KBS 제2노조 또는 새노조) 1일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 대표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후의 대응방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KBS 새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임기를 1년여 남긴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검증 없는 방통위의 발빠른 선임,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 내정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기획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이인호 이사의 내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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