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서울 노원구의 수락산에서 등산하던 유 씨는 한모(60) 씨에게 길을 알려주며 대화를 나누게 됐다.
자연스레 차 트렁크에 실린 고급 등산용품을 자랑하던 한 씨는 40여개의 하청업체에 직원만 4,000여 명을 거느린 중견기업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평대 규모의 서초동 고급아파트에 살며 법조계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운다던 한 씨는 몇 차례 유 씨와 만남을 가지며 곧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 씨에게 "자신의 사업체의 수익으로 이자는 물론, 매달 2,300만 원의 용돈을 주겠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제안한 것.
유 씨는 "일이 잘 되면 노래방이나 카페도 차려주겠다"는 한 씨에게 3억여 원을 빌려줬지만, 한 씨의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위와 같은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한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한 씨는 2005년부터 지난 6월까지 유부녀 피해자 8명에게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이미 1998년부터 서울 도봉산과 수락산 인근을 돌며 유뷰녀에게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행세한 뒤 "돈을 빌려주면 이자와 용돈을 주겠다"고 유혹해 돈을 가로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는 "사업운영자금을 돈세탁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계좌로 이체했다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 씨는 "현금은 받은 적이 없고, 계좌로 이체받은 돈은 이미 갚았다"고 주장해 수사망을 피하려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부녀인 피해자가 남성과 만난 사실을 알리기 꺼려 쉽게 고소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중에는 대출까지 받아 한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거액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몰린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