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트리폴리 공항 등을 장악한 이슬람계 민병대 연합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는 미국대사관 단지에 들어가 주요 건물을 점거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무장단체 간 충돌로 리비아의 치안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월27일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인근 튀니지로 대피시켰다.
민병대 측은 현재 비어 있는 미국대사관의 약탈을 막기 위해 대사관 구내에 진입해 일부 건물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즈르 리비아의 무사 아부-자키아 사령관은 자신들이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한 다음 날부터 미국 대사관 단지를 장악한 세속주의 민병대 진탄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하산 알리 사령관은 진탄을 쫓아내기 전 소규모 교전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대사관 단지에 진입해 할 수 있는 한 이 지역을 보존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민병대원도 "미국대사관 직원에 트리폴리로 복귀하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들(대사관 직원들)이 귀환할 때까지 여기에서 대사관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대사관 단지는 철조망이 처진 외벽에 포탄 파편 흔적이 있고 창문이 일부 깨진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기자는 전했다.
현재 몰타에 머무는 데보러 존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도 트위터를 통해 민병대가 진입했지만, 대사관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약탈도 당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비무장한 남성들이 대사관 단지 내 이끼가 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미국 대사관이 침범을 당한 것을 놓고 리비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장기 독재정권 붕괴 이후 취약한 경찰력과 군을 대신해 민병대가 주요 외교 시설의 치안 등 대부분의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이날 트리폴리 서부지역에서는 민병대 간 전투가 계속됐다. 교전 지역이 점차 트리폴리 외곽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지만 치안 불안이 심화되면서 시내에는 거의 인적이 끊기고 상점들도 무장강도를 우려해 철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