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민생법안을 빨리 처리해야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야당은 '무늬만 민생법안'을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민생법안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전선은 세월호법에서 민생법안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기에는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법 합의가 전제로 깔려있다. 새누리당과 유가족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다음달 1일 3번째 만남을 갖는다.
양측이 특검추천권 등을 놓고 상당히 입장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양측은 돌연 "세월호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달라"(유가족) "2차 협의안에서 후퇴한 새로운 협상안은 없다"(새누리당)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세월호법이 원만하게 타결돼야 다음 수순으로 민생법안 처리를 논의해볼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럴 경우 여권이 요구하는 세월호법과 민생법안 분리처리도 생각해볼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민생법안을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시급하다며 내세운 9개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논란을 여지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꼽은 것 중에 대표적인 게 기초생활보장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명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기초생활보장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새 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과되면 매월 기초연금 20만원 이외에 급여로 18만원을 더 받게 되는데 이것을 못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소득 등 모든 조건을 갖추지 못했어도 일부라도 기초수급 지원을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가 얘기한 가짜 기초생활보장법으로는 '송파 세 모녀'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정부여당의 개정안에는 비수급 빈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사위, 며느리, 장애인 등은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해 수급대상자를 넓히는 개정안 별도로 발의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사항이다. 법안은 의료관광비자 발급 서류 간소화, 해외환자유치 업무범위에 '숙박 알선'도 포함하고 있어 '의료영리화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은 "관광호텔 사업자를 위한 특혜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도 "재벌과 대형병원에게만 혜택이가고 동네의원을 몰락시킬 것"이라며 의료인과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이다.
세월호법 문제가 해결되면 수면아래 있던 이런 법안들을 놓고 정치권은 또다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 등에 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여당과 철저히 옥석을 가리겠다는 야당 간의 정책대결이다.
하지만 세월호법을 놓고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국회 정상화도 지연되면서 민생법안 처리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 합의가 안되면 상임위별 민생투어, 팽목항~서울 광화문 도보행진 등 장외활동을 강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