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일자리 속병 앓아도...대기업은 해외 러시

정부의 고용창출과 가계소득 증대 정책이 무색하게 기업들이 국내투자보다는 해외진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재계 인사 20여명은 다음달 1일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한중재계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 측 인사들은 중국 차기 지도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쑨정차이 충칭시 당 서기와도 면담약속을 잡아놨다.

충칭은 중국 서부의 핵심 도시로, 재계는 중국 서부 대개발 참여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에 반도체공장을 짓기 위해 70억 달러를 투입했고 현대자동차는 충칭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기아자동차는 지난 28일 1조원 규모의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주요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산업공동화와 일자리 축소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윤추구를 첫째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최적의 생산기지를 찾아나서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커지고 활동반경이 넓어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많은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데, 기업의 해외진출을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등식화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투자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국내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에 머문 반면 해외투자는 17%에 달했다.

대중국 투자의 경우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 올해에는 일본 기업들의 투자액마저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올 상반기 중국 투자액은 28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액(30억 6천만 달러)과 맞먹는다.

기업들이 경제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내수 위축과 고용 감소로 고통받고 있는 국내 현실엔 너무 무감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들은, 그 성장 과정에서 국민적 지원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국내투자를 단지 돈의 논리로만 볼 일이 아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좋은 조건을 찾는 것을 나쁘게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내에도 소비자와 노동자,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에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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