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론을 오히려 분열시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자료사진)
정부 여당이 참으로 집요하게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말하는 것이다. 우경화의 상징인 이명박 정부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을 박근혜 정부가 본격화하고 있다.

주지하는 대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해 초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밀어부쳤다. 하지만 이념 편향과 사실 오류 등의 문제로 교사와 학부모,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한 학교도 채택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반성은커녕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이라는 더욱 강경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육부는 그 첫걸음으로 26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려는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개진된 전문가의 의견은 교육부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1974년부터 2003년까지 유지된 국정 교과서 발행체제는 오류발생 가능성이 커졌고, 교과서의 질도 좋지 않았으며,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옹호적인 내용으로 서술이 바뀐 점,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역사 왜곡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따라서 국정화보다는 현재의 검정제도를 유지하면서 검정 기간 확대와 우수 검정 인력 확보, 검정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 등이 개선점으로 제시됐다. 현재의 검정체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전해온 결과인 만큼 다시 퇴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급기야 한국사 주요 7개 학회는 28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로서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정부는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고, 오히려 국가가 교과서 집필에 제약을 가하는 현행 검정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국정화 반대는 한국사학계 전반의 견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접어야 한다. 한국사의 내용을 획일화하고 교육을 전일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구나 식민사관이나 우익편향의 그릇된 한국사를 가르치려 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런 교육을 통해 국론이 통일되고 국민이 다스려지리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국사학계의 지적대로 국론분열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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