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오씨의 단식중단과 남은 과제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해 온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서울동부병원 입원실에서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45일에 걸친 단식을 중단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김 씨의 건강을 염려했지만 김 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목숨을 건 단식을 계속해왔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약속한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늦어지자 이에 항의하며 김영오 씨가 단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16일, 이후 김 씨의 단식이 40일로 늘어나고 몸 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져 병원에 실려 갔지만 병원에서조차 수액치료만 받으며 미음을 거부해왔다.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한계에 도달했으면서도 각계의 단식 중단 권유를 거부했던 김영오 씨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적 이유는 혈육 때문이었다. 아빠하고 같이 밥을 먹고 싶다는 이제 하나 남은 둘째 딸 유나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병석에 있는 노모의 눈물어린 호소가 김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김영오 씨의 장기 단식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의 상징이었고, 대신 단식하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동조단식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합의안은 유족의 뜻에 미치지 못했고,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청와대에 의해 외면을 당했다. 이럴 즈음에 김영오 씨에 대한 각종 음해의 글과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터져 나왔고, 보수언론이 이를 거들고 나섰다. 심지어 자식을 살려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던 세월호 참사 초기 격앙된 상황에서의 막말까지 일일이 거론하며 김 씨를 몹쓸 사람으로 몰고 갔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외침을 이렇게까지 짓밟고 매도한 것은 비뚤어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내 주장이나 뜻과 같지 않으면 진영을 나누어 무조건 반대하고 비난하는 심리가 표출된 것이다. 때문에 단식으로 인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 김씨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영오 씨의 단식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여야가 두 번에 걸쳐 합의안을 냈지만 진정으로 유족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여당은 김영오 씨의 단식이 심각한 상황에 되어서야 유족들과의 만남을 시도했을 뿐 그 전까지 남의 일인 것처럼 대했다. 특별법을 맨 먼저 약속했던 청와대는 아예 유족들을 향해 무시전략으로 일관했다. 유족들을 더욱 보듬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우리 내부가 아니라 오히려 손님으로 온 교황의 행보에서 나타났을 뿐이다.

김영오 씨는 단식을 중단하면서 몸이 다소 회복되면 다시 광화문 광장에 나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김 씨가 마음 놓고 건강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유족들의 호소처럼 여권이 이제 특별법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할 때다. 이게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를 정상화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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