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피케팅을 벌인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만나 "여기가 원래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며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하면 저도 빠르게 당의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문 의원이 단식 농성을 풀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단식을 시작한 지난 19일 이후 처음이다. 문 의원은 전날 '장외 투쟁'에 나선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단식 중단을 요청하자 "우선은 어쨌든 유민 아빠가 단식을 멈춰야 한다"며 고사했다. 본인의 향후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의원은 당초 "제가 대신하겠다. 김영오 님을 살려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을 찾았지만 김 씨를 만류하지 못했다. 동조 단식의 '어설픈' 시작이었다. 문 의원 측은 하루 뒤에야 단식에 들어가며 썼다는 호소문을 공개했다. 새정치연합의 최대 계파인 친노무현계의 실질적 좌장이자 1460여만 표를 얻은 대권 후보로서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22일 김 씨가 병원으로 실려간 뒤에는 더 군색해졌다. 김 씨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체의 곡기를 끊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에 남아 독자 단식에 들어간 문 의원을 향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즈음이었다.
비판은 크게 두 갈래였다. 당 안에서는 문 의원이 "유족의 요구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야 협상에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박영선 위원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일각의 주장도 괘를 같이한다. 문 의원의 단식은 '선명 야당'을 요구하는 야권 성향 지지층에게서는 지지와 환호를 받았다.
당 밖에서는 문 의원이 당내 친노 강경파를 '원격 조종'해 새정치연합이 대여 투쟁에 나서게 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세월호 정국 교착으로 국회가 파행을 빚은 데 대한 책임을 문 의원에게 묻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 역할을 부정하고 갈등과 분노의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은 '순수성'을 내세웠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는 없었고, 단지 세월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유족을 보듬기 위해 나섰는데 '얼떨결에'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유가족의 요구에 동력을 불어넣고 국민의 마음을 풀어드리고자 하는 과정에서 단식을 결단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의원도 이날 당 안팎의 비난에 대해 "자꾸 그런 식으로 말들을 하니까 우리 정치가 조금 뭡니까, 뭐랄까요. 하여튼 정치가…그런 소리를 들을 때 정치하기 싫어진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문 의원이 "의원들이 대표님을 중심으로 잘 단합들 하고 있어서 아주 보기 좋다"며 이날 박 위원장을 추켜세운 것은 지도부와 동떨어진 '엇박자' 정치라는 비판을 불식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단식 중단 의사의 공개 천명과 더불어 일종의 출구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사실 문 의원은 애초부터 단식을 강행할 명분이 부족했다. '대리 단식'에 실패하자 '동조 단식'에 이어 '독자 단식'으로 이어진 상황이 비판을 키운 측면도 크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유가족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어정쩡한' 신세가 된 새정치연합과 마찬가지로 문 의원도 스스로 이 '난국'을 타개할 형편이 못 된다.
결과적으로 당과 문 의원은 같은 배에 올라탄 채 유가족들의 입만 쳐다보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이견을 좁혀야 세월호법이 극적 타결될 수 있고, 그제서야 '유민 아빠'도 단식을 멈출 것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과 문 의원이 국회가 아닌 광화문에서 손을 맞잡은 이날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는 창당 이래 가장 낮은 10%대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