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날 시구를 맡은 할리우드 여배우 메간 폭스(28) 때문이었다. 홈팀 두산 관계자는 "어제도 동선을 고려해 경호원들이 사전 답사를 철저하게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잠시였지만 경호원들은 VIP룸 주변 화장실을 이용하는 취재진을 막아서기도 했다. 대통령 방문을 방불케 할 만한 '철통 경호'였다.
폭스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로봇이 난무하는 화면에 인간적인 섹시미를 발산해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닌자 터틀'의 홍보차 방한했다.
세계적인 스타의 방문에 설레는 표정을 짓는 선수들도 적잖았다. 경기 전 훈련을 소화하던 두산 주장 홍성흔은 "실내훈련장에서 시구 연습을 할 때 잠시 짬을 내 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수 유희관도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지난번 미란다 커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더스틴 니퍼트가 폭스의 시구 코치를 맡는다"며 은근히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시구 훈련을 할 때 다른 투수들이 보러 간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세계적인 모델 커는 지난해 6월 13일 잠실 SK-두산전의 시구자로 나선 바 있다.
이날 시구를 직접 받을 포수 양의지도 마찬가지였다. 양의지는 "오늘 선발로 나갈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다"고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시작 직전 폭스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터져나왔다. 폭스는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중간에서 시구를 했고, LG 1번 타자 정성훈 쪽으로 향한 공은 바운드된 뒤 양의지의 미트에 들어갔다.
양의지는 이후 폭스에게 시구한 공을 건네며 인삿말을 나눴다. 민병헌도 흐뭇한 표정으로 폭스의 시구를 지켜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최고의 라이벌 대결로 전운이 감돈 잠실벌에 잠시나마 부드럽게 긴장감이 풀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