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이 흐른 지난 26일. LG는 49승1무55패를 기록하며 9개 구단 중 4위에 올라있다. 5위 두산(45승55패)과는 2경기 차.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거둔 성적은 39승32패로 승률 5할이 넘는다. 지금 상승세라면 4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팀이 LG라고 해도 부정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LG를 바꿨을까. 어떤 비결이 있었길래 꼴찌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을까.
양상문 감독은 투수 시스템의 정착을 꼽았다. 양상문 감독은 우천으로 취소된 26일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가 좋아지고 있을 때 윗팀들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서 "두 번째는 팀 안정화를 위해 투수 시스템을 만드려고 했다. 타자들은 딱히 시스템이 필요 없다. 그런데 이 투수 시스템이 생각보다 빨리 정착됐다"고 비결을 밝혔다.
간단히 말해 투수들의 보직을 확실히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누가, 또 다른 상황에서는 누가 등판할지 선수들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 이런 시스템이 잘 구축됐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이다. 실제로 1승을 위해 필승조나 선발 로테이션을 무리하게 운영하는 팀들이 많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눈앞의 승리를 위해 투수들을 기용하기보다 시스템 내에서 투수들을 가동했다.
양상문 감독은 "항상 비슷한 상황에서 등판시키려고 했다. 어떤 상황이 되면 '아 내가 나갈 차례구나'라고 알 수 있도록 말이다"라면서"메이저리그는 시스템이 잡혀 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투수 시스템에 따라 후반기 성적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시스템 운용에 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무리한 시스템 확립은 선발 죽이기라는 오명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LG는 안정된 투수 시스템을 구축해 포스트시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3연전 첫 경기 교체 타이밍이 항상 어렵다. 선발 투수 승리를 챙겨주려 5회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대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5회를 던져야 한다"면서 "롱릴리프를 넣는 타이밍이 어렵다. 최근 1~2회 난타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수 죽이기냐'는 말도 들을 수 있다. 일찍 바꾸면 나머지 7이닝을 두 명으로 끝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투수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강상수 투수코치와 박석진 불펜코치가 정신 없이 뛰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항상 보고를 받는다. 준비 과정을 미리 보는 코치들이니까 정보를 공유하려 노력한다"면서 "코치가 의견을 제시하지만, 감독과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컨디션 등은 코치가 더 잘 안다. 그래서 수시로 보고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