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돌아온 민병헌은 확연히 달라졌다.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맹활약했지만, 지난해 타율 3할1푼9리로 생애 첫 3할 타율을 쳤고, 올해는 98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를 찍으면서 타격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1위 최형우(삼성, 3할7푼), 2위 김태균(한화, 3할6푼4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군미필 민병헌과 군필 민병헌이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의 변화였다. 쉽게 말해 간단한 훈련을 할 때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훈련을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도 민병헌을 더 독하게 만들었다.
민병헌은 "사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고, 정신적으로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시키는대로 훈련했다면, 이제는 훈련을 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한다. 왜 이런 훈련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효과가 더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 잘 하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못했다. 다시 못 치는 민병헌으로 돌아갈까봐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생각하면서 훈련을 하니 자신에게 맞는 타격 자세도 찾았다. 민병헌이 생각하는 1번의 조선은 치고 1루에 나가는 것.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찾은 타격폼이 바로 흔히 말하는 '기마자세' 타격폼이다.
민병헌은 "서서 타격을 하면 몸의 화전이 빨라지지만, 방망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면서 "지금처럼 기마자세를 하면 맞히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각의 변화에서 이어진 기술적인 변화다.
내년에는 또 다른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바로 체중 감량이다. 2007년 3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던 민병헌이지만, 올해 도루는 12개에 불과하다. 몸을 키운 덕분에 홈런 10개로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을 쳤지만, 몸무게가 는 만큼 도루가 줄었다. 1번 타자인 만큼 몸무게를 줄여 내년에는 더 빨리 뛰겠다는 각오다.
민병헌은 "시즌이 끝난 뒤 체중 감량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종종 아픈 것도 몸이 가벼워지면 괜찮을 것"이라면서 "홈런은 잘 맞으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더 빨리 뛰려면 체중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각의 변화와 함께 생애 첫 개인 타이틀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민병헌의 눈은 다른 데 향했다. 이미 "2년은 잘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던 지난해 다짐은 지켰다. 이제 남은 것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현재 두산은 45승55패로 4위 LG(49승1무55패)에 2경기 뒤진 5위다.
민병헌은 "타격왕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 관심을 갖는다"면서 "솔직히 아시안게임보다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에 꼭 올라가야 한다. 떨어져서 '연봉 칼바람' 같은 차가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