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바로 '아기곰' 정수빈(24). 최근 '서건창 벤치마킹'으로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 19일 문학 SK 원정에서 만루홈런 포함, 3안타 7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개인 1경기 최다 타점을 쓸어담은 정수빈은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잘 치는 선수를 보면 배울 점이 많은데 최근에는 서건창의 타격폼을 보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서건창은 올해 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꼽힐 만하다. 최다 안타(158개)와 득점(103개) 1위를 질주하는 데다 타격 6위(3할5푼7리), 출루율 12위(4할2푼2리)에 올라 있다.
특히 안타 생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5경기에서 158개로 산술적으로 올해 128경기 192.6개까지 가능하다. '야구 천재' 이종범 한화 코치가 1994년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196개, 124경기) 경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서건창의 장점을 정수빈이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170cm 중반의 키, 다소 왜소한 비슷한 체형을 가진 서건창을 정수빈이 본받으려 하는 것도 일견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서건창은 무덤덤했다. 25일 목동 KIA전에 앞서 서건창은 "만약 1, 2년 차 선수들이 따라한다면 모를까, 정수빈은 벌써 6년 차 선수라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인 선수들이 벤치마킹한다면 어느 정도 리그의 교본이 될 법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그의 타격폼이 쉽게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서건창은 "내 타격 자세가 좀 독특하다고 하지만 체형과 힘 등을 고려해 가장 맞는 폼을 찾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수빈 역시 자신에 맞는 타격 자세를 찾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수빈도 끊임없이 타격 자세를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모두 팀 승리를 위한 열정이다. 서건창은 최근 나바로(삼성)와 역대급 2루수 골든 글러브 경쟁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걱정하는 체력도 문제 없다. 서건창은 올해 팀의 전 경기에 출전했다. 때문에 염 감독은 "건창이와 강정호가 가장 많이 뛰었다"면서 "꼭 건창이를 지명타자로 내보내거나 쉬게 하는 날은 비가 오더라"고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서건창은 "앞서 사흘을 쉬었기 때문에 힘들진 않다"면서 "더위도 한풀 꺾여서 경기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자부심과 경쟁심을 저만치 두고 묵묵히 팀과 자신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서건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