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26일 목동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원정이 경기 직전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그라운드가 온통 물바다가 됐다.
이달 들어서만 11번째 경기 취소다. KIA는 이달 초 태풍의 영향으로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지붕 패널이 떨어져 나가면서 안전 상의 문제로 2~4일 삼성전이 열리지 못했다.
지난 17일부터는 4일 연속 홈 경기가 비로 무산됐다. 징크스는 21일 잠실 LG 원정까지 이어졌다. 거짓말처럼 우천 취소가 결정된 뒤 비가 그쳤다.
26일도 마찬가지였다. 우천 취소 결정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멈췄다. 다만 그라운드 배수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는 무리였다.
사실 선동열 KIA 감독은 경기 전 "오늘도 구름을 보니 심상치 않다"는 취재진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흐리기만 한 하늘에 '설마'와 함께 현재 연일 우천 취소가 이어지는 팀 상황에 대한 허탈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정말로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낙후된 목동 구장 기자실에 샌 빗물이 들이닥쳐 취재진이 긴급하게 노트북을 안전지대로 옮겨야 할 정도였다.
▲"우천 취소에 선수들 컨디션 유지 어려워"
KIA 관계자는 "이러다 KIA 타이거즈가 아니라 '비와 타이거즈'가 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달 KIA는 11경기가 취소됐고, 12경기만 치렀다. 우천 취소율이 47.8%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승률보다 높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IA는 이날까지 45승57패로 승률 4할4푼1리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KIA가 아쉬워하는 것은 잦은 경기 취소에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너무 오래 쉬다 보니 타자뿐 아니라 선발 투수까지 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KIA는 5일 연속 개점휴업한 지난주 팀 타율이 2할1푼3리에 불과했고, 평균자책점은 5.88이나 됐다.
전날 한화와 홈 경기에 12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임준섭도 "컨디션 조절은 핑계 같다"면서도 "그러나 영향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KIA는 23일 한화전에서 박기남의 끝내기 안타로 6-5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하루를 공친 뒤 25일에는 0-9 영패를 안았다. 선 감독은 "다음 날 경기를 했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실 KIA는 전반기에는 귀신처럼 비를 피해다녔다. 8월 그처럼 우천 취소가 잦았어도 25일까지 102경기를 치렀다. 넥센-LG(105경기), NC(104경기), SK(103경기) 다음이었다. 그런 KIA가 8월 들어 귀신처럼 비가 붙어다니고 있다.
잇딴 비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KIA. 기우제가 아니라 기청제(祈晴祭)라도 지내야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