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격의 간판스타 김장미(22·우리은행). 겉만 보면 마냥 해맑은 소녀 같지만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승부욕이 숨겨져 있다.
올림픽 데뷔 무대였던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김장미는 기대를 모았던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전체 1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에 괜히 나왔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아픔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틀 뒤에 열린 권총 25m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여자 권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김장미가 최초다.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본선에서 5점 차 선두를 달린 김장미는 결선 마지막 다섯 발을 남기고 첸잉(중국)에 0.8점 차 역전을 허용했다.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김장미를 다시 일으켜세운 것은 놀라운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었다.
"원래 등수를 안 보는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2등이라는 것을 봤다. 어차피 따는 거 금메달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장미의 말이다. 은메달보다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결국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6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사격 대표팀 미디어데이.
김장미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아시안게임이 처음이라는 핑계로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답했다. 처음이니까 부담을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출사표를 던지고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한국 사격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금메달 기대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태연하다.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기발하다 못해 황당하다.
김장미는 "올림픽 때는 여유가 많았다. 큰 대회가 처음이라 아무 것도 몰랐다. 이제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훈련을 오히려 집중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신감만큼은 '월드 클래스'다. 김장미는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훈련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무슨 훈련을 하는지 잘 모른다. 집중력은 조금 타고난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김장미가 나서는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 종목은 대한사격연맹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예상 종목으로 선정됐다. 특히 메달 레이스 첫 날인 9월20일 오전 8시부터 열리는 10m 공기권총 단체전(개인전 본선)과 개인전 결선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소식을 전할 종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년 전, 김장미는 런던올림픽 금메달 시상식을 마치고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있지 않나요? 저희 집 근처에서 해요"라는 당당한 한 마디로 답변을 대신 했다. 진정한 '홈' 경기에서 다시 금빛 총성을 울릴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