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타 잃은 야당…리더십·신뢰 위기

새정치민주연합이 두 차례나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을 뒤집는 자중지란을 연출한 뒤 새누리당과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국회와 국정(國政)을 볼모로 강경투쟁에 나서 야당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진데 이어 곧바로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투쟁결의대회를 가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리더십의 위기에 처하자 이를 강경투쟁으로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강경투쟁 입장을 정리한 뒤 국회 예결위회의실에 농성장을 마련하고 당을 장기농성체제로 전환했다. 여야간 세월호협상은 완전 중단됐고 덩달아 국정감사 등 국회일정도 올스톱됐다.

야당이 국회농성이란 강공책을 들고 나온 표면적인 이유는 여야간 재협상안이 휴지조각이 된 뒤 박영선 원내대표가 제안한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 제안을 새누리당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야당은 문제해결을 위해 협상을 원하는데 여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고 이것이 야당, 새정치연합 강경투쟁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 교착상태의 1차적 책임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협상전권을 위임받아 새누리당과 협상에 나선 결과 지난 7일 ‘1차 합의안’이 나왔을 때 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수사권 부분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도부가 재협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당시 야당 지도부가 유가족은 물론 당내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2차 협상에서는 지도부가 의견수렴에 더 많은 ‘공’을 들였고 19일 2차 합의안이 도출됐다.

두 번째 합의안이 나왔을 때는 유가족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보류하고 유가족 총회를 지켜보기로 했고 지도부는 유가족 설득에 나서기로 했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0일 열린 유가족 총회 결과는 압도적인 부결이었다. 여야 협상안이 휴지조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야당 내부에서는 추인의 ‘추’자도 나오지 않았다. 유가족 입장을 보고는 아예 여당과의 합의안을 지키려는 의지를 스스로 꺾어버린 것이다.

당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지도부가 협상의 파트너인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만든 합의안을 1번도 아니고 2번이나 비토했으니 심하게 말하자면 정상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정당이기를 포기한 셈이다.

새정치연합 한 재선 의원은 지난 20일 “(유가족들의)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는 그동안 협상과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입장”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재선 의원은 22일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언급하면서 “박영선 대표가 당파적 이해관계로 협상을 한게아니고 유가족들의 분열상황을 우리가 보호해줘야 하기 때문에 (물러나라고)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유가족 추가설득노력은 중단됐고 여당과의 재협상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새정치연합 분위기는 선회했다. 협상파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유가족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 야당 지도부에는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제안이었다.

말이 3자협의체 구성이지 두차례의 합의를 멋대로 파기하고 사실상 협상을 다시 하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 석상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함께 협의하는 길을 만드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며 제안의 수용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도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25일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불이행에 대해 사과가 없었다고 말한다.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7월16일 본회의 통과 약속도, 김무성 대표 특검추천권 약속도 그 어떤 약속도 지금까지 지킨 것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과거에 여당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합의안을 깬 게 대수냐'는 식이다. 이럴 바에는 애초 여당과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정도였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여당과 왜 약속에 나섰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두 차례의 합의안이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당지도부인 박 대표에게는 심각한 상황이다. 리더십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고 앞으로도 리더로서 기능할 공간이 좁아졌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할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는 온갖 적폐의 산물이고 초기 대응실패의 산물인 만큼 유가족들은 보호되고 진상도 명명백백히 가려져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야당이 보여주는 유가족 접촉방식과 국회협상은 올바른 접근방법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제 1야당으로서 유가족들에게도 설득할 부분이 있으면 설득해야 하고 국회협상에서도 세련되고 효과적인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

믿기 어려운 야당에 대해 여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26일 "야당이 1,2차 합의를 일방적으로 깬거죠. 그리고 다시 3자 협의체를 갖자는 말씀인데 난감하다 이래도 되는 것인 지.. 오늘부터 강경 노선으로 간다는 움직임에 대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당과의 협상안을 무위로 돌리고 국정감사와 민생현안처리 등 모든 국회일정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야당,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고 정국을 타개할 전략도 한국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비전도 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야당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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