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4월 동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강원도의 한 포병부대 훈련소에 입소했다.
훈련소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A씨는 군의관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입소 두달만에 자대로 배치됐고 곧 선임병들의 타깃이 됐다.
A씨는 내무반 바로 옆자리에서 생활하던 조모 상병이 코를 골거나 조금 움직인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붓거나 발로 차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같은 부대의 한모 병장은 갑자기 A씨의 바지를 내리거나 뒤에서 끌어안으며 신체 부위를 만지는 식으로 성추행했다.
자대배치 두달여 만에 A씨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폭한 행위를 하는 조울증 증상을 나타냈다.
A씨는 군 병원에 입원해서도 "나는 4차원보다 고차원이다", "맨유로 가야하는데 감정조절을 못해 병원에 왔다. 연봉 1천800억원을 받는다"고 소리치는 등 망상 증세를 보이다가 2009년 11월 의병전역됐다.
이후 A씨 측은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광주지방보훈청에 신청했지만 "공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한편 2009년 8월 육군에 입대한 B씨의 군 생활도 악몽이었다.
통신병인 B씨는 작업일지를 일부러 찢어버리거나 볼펜으로 몸을 찌르고 때리는 등 선임들의 골탕먹이기를 견디다 못해 폭력을 휘두르고 영창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후 B씨는 관심병사로 분류돼 '그린캠프'에도 다녀왔지만 부대 안에서 아무도 그를 보듬어 주지 않았다.
B씨에게도 곧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밤새 다른 부대원이 자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보는가 하면 복도에서 몇 시간씩 가만히 서 있기도 했다. 환청 때문에 혼자서 욕설을 내뱉고 화를 내는 일도 잦았다.
B씨도 전역 후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이유로 창원보훈지청에 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률구조공단은 A씨와 B씨의 요청으로 각각 소송구제 절차에 착수했다.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광주고법 행정1부는 A씨를 유공자로 인정하라고 선고했다. 이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B씨의 재판을 맡은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행정1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창원보훈지청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공무수행 중 발병한 정신질환으로 유공자 신청을 해도 보훈청은 소극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결국 재판까지 가야 한다"며 "앞으로 공단은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을 발굴해 적극 소송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