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서방에 'IS에 공동 대응' 손내민 속내는

시리아 정부가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서방에 공식 제안해 추이가 주목된다.

왈리드 알무알렘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국제적, 지역적 차원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미국, 영국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IS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이후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서도 IS를 공습할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에 나왔지만 미국의 공습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알무알렘 장관은 협력 방침을 밝히면서도 시리아 정부와 공조하지 않는 시리아 내 공격은 시리아 통치권을 침해하는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정부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알무알렘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맬컴 리프킨드 하원 정보안보위원장 등이 알아사드 정권과 IS 척결을 위해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중동에서는 내 적의 적이 반드시 내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AP 통신도 이날 알무알렘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시리아 내 군사행동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리아로서는 서방이 협력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IS를 공격하면 자국 영토의 통치권이 침해되더라도 정부군을 대신해 IS와 싸우는 것으로 실익이 크다.

정부군은 전날 동북부 락까 주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마지막 남은 군기지를 IS에 빼앗겼다.


또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정부군의 통제력은 상실한 상태로 '통치권 침해'는 명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로 미군이 폴리 기자를 구출하는 군사 작전을 시리아 내에서 비밀리에 수행했으며 시리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지 않았다.

알무알렘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협력했더라면 그 작전은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시리아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5일 결의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급진 무장세력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이행하고 테러리즘 척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결의안의 제재 대상은 IS와 시리아의 주요 반군인 알누스라전선이나 시리아 정부는 모든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시리아는 내전이 아닌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도 알누스라전선은 테러집단으로 지정했으나 내전 초기 반군의 주축인 자유시리아군(FSA)을 지지해 알아사드 정권이 주장하는 테러리즘 개념과 차이가 있다.

알무알렘 장관은 "시리아와 테러리즘 척결에 협력하려면 정직하고 진지해야 하며 이중 잣대를 버려야 한다"며 "시리아와 러시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적으로 일치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방이 IS를 척결하려면 러시아의 테러 입장에 동의해야만 가능하다는 뜻으로 서방의 협력을 차단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구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이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동부의 분리주의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IS를 척결하고자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한다면 알아사드 정권과 협력하지 않고 직접 공습하거나 반군을 지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반군에 대한 훈련·무기 지원 강화, 시리아 쿠르드족의 IS 공격 지원 등 '대리인'을 내세우는 방안도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자국민 보호와 테러와의 전쟁 명분으로 시리아의 IS 점령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라크에서의 공습 성과 등을 파악해야 하므로 당분간 IS에 대한 공격은 이라크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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