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모든 입법 과정을 관련 당사자 또는 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 싼 전후 맥락과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원론적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민의의 왜곡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제한적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이기도 하다. 더구나 입법 자체를 유가족들이 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피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적폐의 표출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에는 국민의 폭넓은 지지와 유가족들과의 합의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5월 16일 유가족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5월 19일 대통령 담화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와 유가족의 뜻을 모아서 만들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1차와 2차 협상을 파기 또는 유보한 책임은 결과적으로 야당에게 있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책임론과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문제, 야당의 특검 추천권이 법체계를 흔든다는 논리만 펴는 것 역시 해법이라고 볼 수 없다.
상설특검법의 여당 특검 추천 위원 몫 2인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하에 정한다는 여야 합의안은 새누리당의 양보로 가능했다. 문제는 정부여당에 대한 유족들의 불신이다. 40일이 넘도록 단식중인 김영오씨와 청와대앞에서 농성중인 유가족들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가 유가족의 주장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입장에서 대통령이 면담에 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대안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유가족과 대면함으로써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단초는 열릴 수 있으며 유가족들도 나름대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여권이 유족들의 대통령 면담과 야당이 제안한 3자협의 모두를 거부한다면 세월호 정국을 풀 수 있는 길은 요원해진다. 유가족들에 대한 설득은 야당 뿐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기도 하다. 3자협의체 구성이건 유족들과 대통령과의 면담이든 여권이 유연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또 다시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