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바꿔놓겠다고 약속했고, 유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위로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하지만 적폐 척결은 말만 요란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세월호 수사는 유병언씨의 허망한 죽음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두 번의 협상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에 대한 유족들의 불신은 오히려 증폭됐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한 특별법을 만들어달라는 유족들의 애타는 호소는 여전히 메아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족들을 향한 인륜을 저버린 막말과 유언비어가 지금 도를 넘고 있다. 40일이 넘는 단식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보상금에 눈이 먼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고 여기에 종북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글들이 SNS로 확산되고 있다. 생사를 건 단식을 ‘정치쇼’로 낙인찍고 ‘그냥 죽어라’는 막말과 ‘황제단식’이라는 비아냥이 SNS에 버젓이 올라왔다.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견해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온 몸을 던져 단식을 벌이고 있는 이에게 사실을 왜곡하고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애도 갖추지 못한 저열하고 비겁한 짓이다.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심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유족들은 시간이 흘러 세월호가 잊히고 유야무야 묻혀버리는 것이 가장 걱정되고 두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한 내내 이들을 위로하며 잊지 않고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이 주도적으로 유족의 아픔을 껴안고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유족들을 고립시키고 편 가르기를 시도한 것은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대통령도 유족들의 간절한 만남 요청을 외면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라는 대의를 따지기 전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응어리를 이해하고 풀어주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가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왜곡된 유언비어와 막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