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도부, 엇갈린 '朴 대통령 역할론'

김태호 "靑, 선 긋지 말고 국민 설득해야" …이정현 "국회, 떼 쓰는 어린 아이 같아"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 (자료사진)

세월호 특별법 처리 파행으로 야기된 안갯속 정국을 푸는 해법과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 역할론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국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 블랙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세월호 정국은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나서서 고민하고 풀어야 할 시급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청와대와 정부가 더 고민하고 국민에게 이해와 설득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양수산부 장관 한 사람이 진도에 내려가 있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당·정·청이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연임한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가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며 김 최고위원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국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 최고위원은 "야당은 작년 1년 내내 박 대통령에게 독재다, 독선한다라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국회는 지금 입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가 제기능을 할 때 대접 받고 국회 존립 가치를 인정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회에서 할 일들을 대통령 보고 하라고 하는 것은, 과장되게 말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마 옆에서 떼를 쓰며 장난감을 골라달라 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걸핏하면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으려 하고 해결을 요구하게 되면, 국회 스스로 권위를 땅바닥에 내려 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지난 22~23일 진행된 연찬회에서도 박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같은 주장들이 야당의 주장과 맥락이 같다는 이유로 선긋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