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병의 원인도 알지 못해
-2500여명 환자 추정, 통계도 없어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기부 캠페인
-치료제 개발, 경제적인 논리도 포함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8월 22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광희 (한국 루게릭병협 사무국장)
◇ 정관용>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말, 요즘 많이 들어보셨죠? 개인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그다음에 얼음물 뒤집어쓸 3명을 지목합니다. 만약 지목당한 사람이 거부하면 루게릭병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하는 이벤트죠. 요즘은 얼음물도 뒤집어쓰고 또 100달러도 기부하는 이런 식으로 퍼져가고 있어요.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한국에 와서 지금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되는데요. 그런데 정작 루게릭병 환우들은 바로 이 이벤트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한국 루게릭병협회의 조광희 사무국장 전화로 연결해 있습니다. 조 국장님, 나와 계시죠?
◆ 조광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안녕하세요. 루게릭병 이게 우리말로는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무슨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맞습니까?
◆ 조광희> 네. ALS라는 학명인데요. ALS를 번역해 나온 게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라고 합니다. 최근 그렇게 몇 년까지 썼는데 너무 발음하기도 어렵고 또 이게 무슨 병인가 의아히 여기시는 분도 많고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이 알기 쉽고 또 좀 더 홍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루게릭이라는 미국의 야구선수 이름이거든요. 루게릭병 환자였었어요. 그래서 루게릭병이라고 우리가 통칭하기로 우리끼리 약속을 한 겁니다. 그래서 루게릭병이라고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러니까 몸에 어떤 증상들이 어떻게 나타나는 거죠?
◆ 조광희> 처음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몸의 무기력증이라고 할까요? 힘이 빠지고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잡기가 힘들어서 손톱 깎는 것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다들 한 몇 개월간은 무슨 병인지를 몰라서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고 또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그러는데요. 결국은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아서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사실 이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심정이 된다고 그래요.
◇ 정관용> 현재로써는 치료제가 전혀 없는 거죠?
◆ 조광희> 그렇죠. 그 치료제라는 것은 병의 원인을 알았을 때 치료제가 나오는 건데, 이거는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어요. 지금도 계속 이런저런 설만 있지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증세를 좀 완화시킬 수 있는 그런 약도 없는 거죠?
◆ 조광희> 네, 그것도 없고. 지금도 계속 연구가 되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분포에 똑같은 비율의 환자가 있어요. 그리고 계속 치료제가 연구되고 있고 또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환자의 병을 완화시키거나 이런저런 약은 조금은 있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안 돼서 결국 환자들이 별로 신뢰하지 못하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나라에 루게릭병 환자는 몇 분 정도 있습니까?
◆ 조광희> 한 2,500명이라고 저희는 추산하고 있는데요. 그건 단지 추산일 뿐이지 제대로 통계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 협회 홈페이지에서 환자 등록을 받고 있는데 집계가 안 되고. 또 건강관리공단에서 알아야 되는데 거기서도 루게릭병이다, ALS다, 뉴런 디지즈다, 퇴행성신경질환이다, 여러 가지 명칭으로 사용하니까 제대로 통계가 안 돼서 참 그게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이 병에 일단 걸리면 현재로써 치료제도 없고, 대체로 몇 년 안에 사망하시는 그런 정도입니까?
◆ 조광희> 그러니까 얼마나 절망스럽습니까? 정말 안타까운 병이에요. 우리 일반적인 사람이 아는 병, 이런 거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 병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말하고, 어떻게 보면 진단 자체가 사형선고란 말도 심지어 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내버려 두면 그 상태로 있다가 1~2년 이내에 몇 십%가 사망하시고요. 한 3~4년 되면서 호흡 곤란이 오면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시게 되면 5년, 10년 길게는 15년까지도 사시는데 그래도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알겠습니다.
◆ 조광희> 네.
◇ 정관용> 바로 이 병을 돕자는 의미에서 미국에서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게 시작됐다면서요?
◆ 조광희> 네. 빌게이츠가 올린 사진을 봤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는 ALS 협회와 연계해서 미국의 환자들의 힘든 투병상황을 좀 알리고. 그리고 또 치료약이라도 개발됐으면 좋겠다 하는 취지로 저는 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아이스 버킷 그러니까 얼음 물동이를 뒤집어쓴 다음에 세 사람을 지명하고…
◇ 정관용> 그렇죠.
◆ 조광희> 또 그 세 사람이 뒤집어쓰고 반드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야 되는 거고. 그걸 하지 않으면 100달러의 기부금을 낸다, 아무래도 이게 그러니까 기부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정관용> 그렇죠. 이게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연예인계를 거쳐서 이제는 정치인들까지 지금 하고 있고. 이분들도 그럼 한국 루게릭병협회에 지금 기부금을 내고 있는 겁니까?
◆ 조광희> 그래서 저희가 루게릭병협회가 한국에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이 며칠 저희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름대로.
◇ 정관용> 네. 그러니까 지금 기부는 한국 루게릭병협회 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예요?
◆ 조광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 그렇군요.
◆ 조광희> 지금 한 3일 동안에 100명이 넘는 분들이 하셨고요. 오늘 또 알만한 변호사님도 하셨고 또 연예인들도 지금 많이 하셨고 일반인들이 또 특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생들, 심지어 아까는 중학생도 생일선물 받은 것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너무…감동을 받았고 또 심지어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이 루게릭병협회를 알리기 위해서 자기 SNS에다가 사이트를 올리겠다고 도와주겠다고 이러는 분들 많고. 그래서 참 저희 협회에서는 너무 반갑고 또 환자들도 상당히 고무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환자나 가족 분들도 이런 현상이 퍼지는 것을 좋아하죠?
◆ 조광희> 그렇죠. 환자들이 사실 엄청나게 외롭게 투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병이 지적 능력은 그대로잖아요. 그런데 이제 몸속에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없어져서 생기는 병이고 그러다 보니까 의식은 그대로 있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본인들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가족들의 상황을 다 지켜봐야 되는데 가장이 누워 있고 경제활동을 못하니까 생활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또 온 가족이 24시간 매달려서 간병을 해야 되니까 환자들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는 호흡기 해 주지 말라고 자기 손으로 떼어버리는 사람도 있고요. 정말 봤을 때 그 외롭게…정말 그 병 자체만으로도 절망적이고 슬픈데 그 가족의 어떤 현실을 봤을 때 환자들이 너무…
◇ 정관용> 더 힘들죠.
◆ 조광희> 정말 외롭게 투병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관심들을 좀 보여주시니까 좋아들 하시는데 요즘 그런데 주로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인증사진, 인증동영상 이런 게 그냥 좀 화제성 비슷하게 기사화 되는데,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 조광희> 글쎄요, 좀 환자들 입장하고 또 그 일에 종사하는 제 입장하고 일반인 입장은 다르겠지만 조금은 좀 아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 외로웠던 우리 환우들이 이렇게 붐이 일어나면 정말 투병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고 그래요. 단지 기부금의 액수나 기부금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정말 이슈화돼서 루게릭병 환자만을 위한 어떤 맞춤 복지정책이 좀 나오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서는 정말 치료제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붐 속에서. 그래서 이런 희망을 갖고 있는 거죠.
◇ 정관용> 맞춤 복지정책이 나왔으면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루게릭병 환자들은 장애인으로 분류가 돼서 장애인에 대한 그 사회적 복지시스템 지원 같은 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 조광희> 요즘은 상당히 장애인 정책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루게릭병 환자들을 단순하게 장애인 정책과 같이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사실은 정말…장애인인 채로라도 정말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환자들이 많은데. 우리는 의식 그대로인데 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면서 24시간 간병을 받으면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이렇게 24시간 지내니까 언제 자기가 세상을 뜰지 모르는 그런 불안감 속에서…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조광희>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세계적인 지금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그 개발 상황이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답니까, 어떻답니까?
◆ 조광희>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원인을 알아야 치료제가 나오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연구는 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그렇지만 사실 개발하는 것 또한 상당히 경제적인 논리가 좀 포함된다고 합니다, 얼마나 이 약을 개발했을 때 경제성이 있느냐, 얼마나 또 판로가 되느냐 이런 문제가 있는데 사실 좀 더디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뭐 최근 몇 년 사이에 생명공학 그러니까 줄기세포라든지 이런 게 많이 관심을 받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많이 연구가 되고 임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그 공공성 자금이 들어가서라도 좀 빨리 치료제가 개발됐으면 좋겠고요. 지금 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이미 하신 분 아니면 앞으로 하실 예정에 있는 그런 분들한테 당부의 한 말씀을 해 주신 다면요?
◆ 조광희> 글쎄요. 아까 우리 루게릭병 환우 중에 천안에 사시는 원창현 환우께서 우리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어요. 보니까 참 마음에 그 와 닿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그분께서 이번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 붐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루게릭병의 환자로서 아주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세상에 수많은 질병과 사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루게릭병 환자에게만 특별하게 혜택을 요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요즘 참 한편으로는 반갑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좀 많이 불편하고 그래서 정말…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조광희> 네, 정말 기부와 선행은…
◇ 정관용> 얼마나 참 따뜻한 마음씨인지 알겠습니다. 모든, 모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좀 이어졌으면 하는 그런 말씀이겠죠.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한국루게릭병협회 조광희 사무국장의 말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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