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책을 출간해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경우 해당 정부부처 간부 공무원은 물론이고 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공기업, 정부투자기관까지 상임위원회와 업무으로 연관된 기관단체는 출판기념회에 반드시 참여한다.
의원실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단순히 눈도장만 찍는게 아니라 책값으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부조금도 챙겨간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참석은 기본"
새누리당 소속 A 국회의원 보좌관은 22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나 공기업 입장에서 자신들과 관련있는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반드시 참석한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일단 방명록에 이름을 남겨야 하고 국회의원과 악수하고 눈도장도 찍어야 하는데 여기까지가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예산과 감사, 인사 부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들은 혹여나 상임위 의원들 눈밖에 날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특정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참석하지 않아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출판기념회에 간다는 것이다.
이들 뿐이 아니다. 국회의사당을 수시로 드나들며 이른바 대관업무를 챙기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임직원들도 기업이나 개인 명의로 의원 출판기념회를 챙긴다.
국회의원실과 보좌관들에 따르면, 출판기념회 참석 공무원과 정부산하기관 임직원, 기업체 임직원들은 책값 명목으로 한 차례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내고 있고 경우에 따라 1천만원 안팎의 돈을 내놓은 곳도 있다.
◈기념회 1회 수익금은 1억~5억원
3선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근무중인 B씨는 "의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출판기념회를 한 번 개최해 거둬들이는 후원금 성격의 수익금은 1억원에서 5억원 정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책값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내놓고 가지만 낸 돈 만큼의 책을 받아가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국회관계자들은 통상 출판기념회에서 거둬들인 돈을 정치후원금으로 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를 보면, 제19대 국회의원 300명은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192명의 의원이 총 279건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 107명, 새누리당 79명으로 새정치연합이 빈도수가 더 잦다.
의원 1인당 평균 3억원의 후원금을 거뒀다고 가정할 경우 840억원이나 된다. 국회소식에 정통한 한 정당 당직자는 "인기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수익금 규모가 10억원에 이른다"고 증언했다.
의원들이 거액의 돈을 거둬들이지만 공개할 의무가 없을 뿐아니라 감사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유통되는 돈의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보면된다.
의원들은 정치자금법으로 정치자금 모금에 재갈이 물리자 출판기념회를 또다른 정치자금의 '수혈창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반 강제로 의원 출판기념회에 돈을 내고 있는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기업체 입장에서는 준조세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돈도 돈이지만 끊임없이 의원실을 챙기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부적절한 관계까지 고려하면 사회경쟁력을 좀먹는 원인이 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출판기념회는 분명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그리고 탈세다. 이게 법의 사각지대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개인의 생각은 선출직 의원이나 고위공직자는 기념회를 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관위가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법상 평년에는 1억 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의 정치후원금을 거둬 쓸수 있지만 이 돈은 지역구 관리비나 의정활동보고 경비 등 용처가 제한돼 있어 '쓸돈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출판기념회에서 부족분을 벌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야 정치권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각당 차원에서 개선책을 내놨지만 그야말로 시늉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원내 다수를 점한 여당 대표가 강한 개혁의지를 내비친 상태라
어떤 방향으로 출판기념회가 개선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