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닷속에서는 무슨 소리들이 들릴까?

해저 음파 통해 바닷 속 지진활동, 기온, 잠수함의 이동통로 등 다양한 정보 얻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심해의 바닥에 설치된 해저 마이크에는 돌고래의 찍찍거리는 울음소리와 지진,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의 엔진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잡힌다.

해저에서 들리는 이런 소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해저 생물들의 의사소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서부터 해군 잠수함의 비밀 이동로 등 바닷속의 각종 미스터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양 연구단체인 캐나다의 네트워크 캐나다(ONC; Ocean Networks Canada)는 세 가지 주요 해양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관측소는 해양과 해안의 생물, 지리, 화학과 관련된 장기 데이트들을 수집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비너스 해안 관측소는 캐나다의 조지아 해협에, 넵튠 관측소는 후안데푸카 플레이트(plate)에 위치해 있다. 후안데푸카 플레이트는 동쪽으로는 북미 북서 플레이트, 서쪽으로 태평양 플레이트와 연결된다. 북극해의 소형 관측소는 캠브리지만 누나부트 지역에 있다.

넵튠 관측소는 후안데푸카 판의 중앙과 중앙해령 지역에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연구소에는 해저 마이크와 수중청음기가 설치돼 있다.

ONC의 센서 기술 개발실에 근무하는 탐 데이킨 청각 전문가는 "해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로서 최선의 도구는 소리다"라고 말한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바닷속 소리 듣기

소리는 바다에서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 저주파 소리는 바닷속 수천㎞ 깊이까지 도달한다.

ONC는 소리를 소극적인 것과 적극적인 것의 두 가지 방법으로 측정에 이용한다. 소극적인 소리 모니터링은 바닷속 주변의 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방법은 소리를 인공적으로 낸 뒤 바닷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데이킨은 바닷속에는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지고 이들 소리는 모두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 소리는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공유된다.

이 단체의 수중청음기에는 해양 동물이나 지질 활동, 날씨에 의한 소리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해군이 노출을 꺼려하는 정보도 포착된다. 캐나다 해군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군과 관련된 주파수대의 소리를 걸러내는 방법으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보호한다.

그러나 여기서 걸러지는 데이터는 전체의 4% 정도이며,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할 경우 걸러지기 이전의 완전한 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고래의 대화

해양생물학자들은 ONC의 수중청음기를 통해 의사소통 수단으로 소리를 이용하는 고래 등의 수중 포유동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빨을 가진 고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로 먹잇감을 찾는다. 그러나 선박 운항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에 따른 소음의 증가로 바닷속 생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데이킨은 "외부의 인공적인 소리가 개입되면 마치 사람이 락 공연장에서 대화를 하는 것처럼 고래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락 공연장에서 대화를 하려면 소리를 질러야 하고, 평소에 알아들을 수 있는 억양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화를 오래 끌고 가기도 힘들다.

데이킨은 큰 배가 지날 때 바닷속에 들어가면 마치 큰 몽둥이로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ONC의 수중청음기 네트워크는 선박 등의 해양 소음이 고래의 개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있다.

◈ 지상의 청각장치

청각장치들은 지질활동을 모니터하는데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바닷속 중앙해령에 설치한 수중청음기는 해저 화산분출 소리를 이용해 화산활동을 모니터하고 있다.

지진을 모니터링하는 대표적인 장치는 해저의 압력파를 측정하는 지진계이지만 수중청음기는 물속의 압력파를 감지함으로써 지진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수중청음기의 또 다른 용도는 청각을 이용한 온도측정법으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해 해양의 기온을 측정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발생시키는 대부분의 열은 바닷속으로 가기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 정도를 측정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바닷속에서 기온과 압력의 차이는 소리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 효과는 바닷속에서 심해음파통로(deep sound channel)로 불리는 지대를 만든다. 이 통로는 위나 아래쪽에 비해 소리의 이동 속도가 늦다.

바닷속에서 소리는 항상 심해음파통로 쪽으로 휘어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 어떤 소리의 각도와 깊이를 알 수 있다면 그 소리의 여행 시간을 측정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바닷속 기온을 계산할 수 있다.

데이킨은 "바닷속에서 감지되는 소리 가운데는 과학자들도 여전히 실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것들이 많다"며 "이들 소리를 모두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