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잠실 LG전을 앞둔 양현종은 더그아웃에 나와 있었다. 투수조 훈련을 마친 뒤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우천 취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현종은 지난 19일 광주 삼성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돼 무산됐다.
양현종은 다소 홀가분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다가 타이틀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탈삼진왕 경쟁이다. 21일까지 양현종은 133개로 밴 헤켄(넥센)에 5개 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올해 22경기에만 등판했다. 밴 헤켄보다 3경기를 덜 치렀다. 양현종은 136이닝, 밴 헤켄은 151⅓이닝을 던졌다. 이닝당 탈삼진 수는 양현종이 앞선다. 5개 차이지만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욱이 밴 헤켄은 최근 구위 저하로 3경기 연속 5점 이상을 내줬다.
본인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양현종은 "다승은 밴 헤켄과 차이가 많이 나 사실상 역전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탈삼진왕 타이틀은 꼭 따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현종은 다승도 2위(13승6패)지만 밴 헤켄(17승5패)과 격차가 크다.
▲데뷔 첫 도전 "류현진 없는 지금이 호기"
생애 첫 타이틀 도전이다. 지난 2007년 데뷔한 양현종은 2010년 16승8패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다승 2위에 그쳤다. 2010년 탈삼진 3위(145개), 2009년 4위(139개)에 머물렀다.
특히 2010년에는 88년생 동갑내기 좌완 김광현(SK)에 1승 차로 다승왕이 무산됐다. 김광현은 이미 2008년 다승(16승)과 탈삼진(150개), 2009년 평균자책점(2.80) 타이틀을 차지하며 리그 정상급 좌완으로 우뚝 섰다. 2008년에는 정규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2007년 김광현과 동시에 데뷔한 양현종으로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탈삼진 타이틀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양현종은 "승리는 여러 변수들이 많지만 탈삼진은 순전히 내 능력으로 얻는 것"이라면서 "시즌 전부터 꼭 따고 싶었던 타이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은 류현진 형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제 미국에 갔을 때 따야 한다"고 웃기도 했다.
그렇다고 팀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특히 선발 투수의 덕목인 이닝 소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양현종은 "이닝은 선발 투수의 자존심이고 팀 불펜도 도움을 준다"면서 "적은 이닝을 던지고 내려오면 기분이 찝찝해서 가급적 많이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KIA는 29경기, 넥센은 24경기를 남긴 상황. 후반기 다소 들쭉날쭉한 일정 변수도 있다. 과연 양현종이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