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돼지머리'를 필요로 하나?

검찰 내부에서 '김진태 총장 책임론' 대두

법무부와 검찰이 '꼬리자르기'로 면직 처리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가 확인됐다.

현직 지검장이었던 검사장급 검사가 경찰의 직접수사를 받아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는 경우는 지난 수십년간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자체비리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 손 댈 기미를 보이면 사건을 강제로라도 빼앗아 자체 조사를 벌여 기소하거나 마무리했다.

이른바 '10억검사 김광준 뇌물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이 김광준 전 검사를 조사하려했지만 검찰은 '특임검사'지명이라는 꼼수를 통해 사건을 가로채고 김광준 검사를 기소했다. 그 특임검사가 이번에 문제가 된 김수창 전 지검장이다.


세월의 역설일까? 김수창 전 지검장은 당시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 논란이 일자 검사를 '의사'에, 경찰은 '간호사'에 비유하며 경찰의 수사력을 폄하했던 인물이다. 소위 "수술은 간호사한테 맡기는 경우는 없다.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한다"는 유명한 그의 어록이다.

직전의 현직 검사장이 '상습적'으로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기가 막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로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의 '性역사'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재몽 검사 사건, '별장 동영상 성접대 사건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개인의 성적 취향을 떠나서 이런 일이 빈번하고 있다면 검찰 조직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검찰은 이번에도 김수창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는 '개인의 병적 증상일 뿐'이라며 국민앞에 아무런 책임과 사과도 없이 뭉개고 있다. 현직 검사장의 충격적인 '일탈행위'를 이미 '경징계 사안'이라며 청와대를 설득해 불과 이틀만에 사표를 수리해 버렸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꼬리자르기 달인'을 꼽으라면 국정원과 검찰은 결코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것이다.

검찰이 만약 국가기관이 아니었다면, 일련의 검사들의 충격적인 뇌물청탁과 성비리로 검찰 조직은 쇄신되거나 혁파돼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전재몽 검사 사건때는 당시 서울 동부지검장이 지휘책임을 두고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검찰내에서도 '많은 양식있는 검사들' 사이에는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엄중한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국민앞에 뭔가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왔다고 그들은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책임의 방식을 놓고는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검사장급의 개인 성적 문제로 어떤 '쇄신책'을 내놓다는 것은 불가하다. 그렇다고 한 강당에 모여서 '도덕성 회복위한 모임'을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세월호 사고 직후 '돼지머리 수사'를 언급했다.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심정으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유병언 수사'를 '돼지머리 수사'로 지칭했다는 것이 후일담이다.

지금 검찰 조직에게는 별다른 '옵션'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헣다고 이번 일을 마냥 뭉개고 간다면 검찰은 경찰과 국민으로부터 '조롱 대상'으로 각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CCTV와 혐의 사실을 몰래몰래 흘려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 내부에서는 유병언 사건 수사 책임을 왜 검찰총장이 지지않고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했는가 라는 불만이 높다. 지휘관의 책임은 그만큼 조직을 위해 막중한 것이다. 임기를 다 채운들 더이상 '영광'을 누리기도 어렵다.

검찰을 위해서도 '제물'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억울해 할 말이 많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는 것을 누굴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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