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적인 책임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실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다.
하지만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검·경 수사 외에도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지난 5월 16일 17명의 세월호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사흘 뒤인 19일에 있었더 대국민 담화문 발표 때도 비슷한 취지의 약속을 국민들에게 했다.
그러나 '만기친람'하며 '깨알지시'를 내리는 박 대통령은 이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는 데 대해 조속한 법처리를 촉구하거나 법 제정 당위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5,6월에 열린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도주중이던 유병언의 검거를 독촉하고, 정치권에 경제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던 모습과도 비교된다.
물론 특별법 제정에 따른 특검 수사가 궁극적으로는 청와대를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나서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가 쉽지 않은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 국면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한 트랙으로 진행되고, 다른 한 트랙으로는 그동안 미뤄졌던 각종 국정 과제들이 본궤도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이나, 최소한 유가족들이 동의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도록 여야는 물론 청와대도 적극적인 물밑 노력을 다했어야 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박 대통령의 최근 세월호 관련 행보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찾은 4박 5일 기간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특히 광화문 시복식 때는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차를 세워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에 세월호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청와대에서 교황을 면담할 때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말한 게 전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8일째 단식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지난 19일과 20일 연이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여러 국정에 바쁜 박 대통령이 불쑥 찾아와 면담을 요구하는 모든 국민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특수한 사정에 처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할 필요는 있다.
그게 바로 민생 행보이지만 박 대통령에게서는, 준비되고 안정적인 민생행보 외에 이런 적극인 민생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세월호 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할 문제로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