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철칙' 수비로 망한 자, 가을에는 '피눈물'

'앗, 나의 실수' 프로야구 후반기 치열한 4위 싸움에서 수비는 가을야구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사진은 롯데 유격수 박기혁이 19일 한화전에서 1회 김태균의 땅볼을 흘리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연일 피말리는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4위 경쟁.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후반기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판도가 달라진다. 촘촘하게 붙어 있는 5개 팀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살고 있다. 20일에는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가 나란히 지면서 앞서 가는 듯했던 4위 레이스에서 다시 발목을 잡혔고, SK는 기사회생했다.

이런 살얼음 레이스에서 수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팀이 와르르 무너진다. 1승, 1패가 중요한 당장의 상황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가라앉혀 남은 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LG, 잇딴 실책으로 4위 점프 기회 놓쳐

이런 사례는 연이틀 극명하게 입증됐다. 4강에 목마른 LG와 롯데가 부실한 수비로 울었다. 반면 SK는 수비에 웃었다.

20일 LG는 목동 넥센 원정에서 아쉬운 실책 2개로 승리를 헌납했다. 1회 유격수 황목치승이 협살 과정에서 1루수 송구와 함께 아웃 카운트 1개를 놓쳤다. 정성훈의 송구가 다소 높았고 173cm 다소 작은 키의 황목치승이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도루에 실패했다 기사회생한 서건창은 이후 2, 3루를 잇따라 훔친 뒤 이택근의 희생타 때 유유히 홈을 밟았다. 이 점수는 결승점이어서 LG로서는 더욱 뼈아팠다.

3회가 더 아쉬움이 남았다. 무사 1, 2루에서 LG 3루수 손주인은 이택근의 희생번트를 잡아 1루에 송구했다. 그러나 바운드가 된 송구를 베이스커버로 들어온 2루수 박경수가 갈무리하지 못해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이후 박병호의 땅볼과 강정호, 김민성의 적시타로 3점을 내줬다. 깜짝 선발 장진용이 강판하는 등 사실상 승부가 갈린 장면이었다.

반면 SK는 호수비로 두산을 꺾었다. 0-1로 뒤진 1사 만루에서 1루수 박정권이 상대 정수빈의 까다로운 타구를 잡은 뒤 곧바로 홈으로 송구, 추가 실점을 막았다. 결국 6-3 역전승의 밑거름이 된 수비였다.

▲롯데, 실책-수비 집중력 부재로 6위 추락

19일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최하위 한화와 사직 홈 경기에서 롯데 역시 실책 2개로 승리를 날렸다. 74일 만에 6위로 떨어진 원인이었다.

1회 선취점을 내준 것이 잇딴 실책 때문이었다. 1사 1루에서 1루수 박종윤이 김경언의 땅볼을 잡은 뒤 2루로 던진 게 떴다. 최소한 2사 1루, 잘 하면 병살타까지 바라볼 상황이 1사 1, 2루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김태균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박기혁이 놓쳐 만루에 몰렸다. 결국 피에의 희생타로 롯데는 아쉽게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다.

2, 3회는 국가대표 우익수 손아섭의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울산구장의 조명도 원인이었지만 잇따라 타구를 뒤로 흘렸다. 뜬공 처리보다도 단타를 장타로 내준 게 더 뼈아팠다. 롯데는 2회만 4점, 3회도 1점을 더 내주며 초반 승기를 뺏겼다.

4위 경쟁팀들 중 최다 실책팀은 SK다. 올해 87개(99경기)로 한화(98경기)와 함께 가장 많다. 경기당 0.87개다. LG가 0.74, 롯데가 0.73개, 두산과 KIA는 0.70개다.

하지만 언제 어느 상황에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승부처에서 나오는 실책은 승패와 직결된다. 승부가 갈린 뒤 실책은 어느 정도 여지가 있으나 결정적인 순간 실책은 용납될 수 없다. 선동열 KIA 감독이 "4강 경쟁은 선발과 함께 수비가 가를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연일 치열하게 전개되는 4위 싸움. 수비로 흥한 자는 가을에 웃고, 망한 자는 피눈물을 흘린다는 명제를 명심할 일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