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치인은 '토끼몰이' vs 제식구는 '감싸기'

(왼쪽부터)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 (자료사진)
국회의원 5명이 비리와 연루된 데 대한 검찰의 수사가 구속으로만 치달으면서 '토끼몰이식 사법처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검찰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면직에서 보여주듯, 제식구들의 비리에 대해선 '꼬리자르기'를 한 반면, 정치인 구속에는 '사생결단식'으로 나서면서 자신의 치부를 일정부분 감추려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과 입법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21일 열린다.

하지만 이들 의원들은 모두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22일 새벽 0시부터 임시국회가 열리게 돼있어 이들 의원들은 이른바 '방탄국회' 뒤에 숨게 됐다.

이들 의원들이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는다면 방탄국회임이 분명하다.

검찰은 야당의 방탄국회 소집을 미리 알아차렸는지 19일 밤 9시를 넘겨 의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밤 자정 1분 전에 임시국회를, 이른바 방탄국회를 소집했다.

검찰은 이들 의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19일 아침이나 지난 18일 청구했으면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벌일 수 있고 21일중 구속 여부가 결정됐을 텐데 막판에 여의도 정치권을 겨냥하면서, 특히 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 구인장을 발부받았으니까 영장실질심사에 출두하라는 '경고성 목적'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의도가 아니라면 국회의원들을 마치 살인죄나 강도강간죄를 저지른 파렴치범인 것처럼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정치연합 조현룡 의원과 박상은 의원의 혐의는 검찰 내부에서도,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상당히 중대한 범죄라고 한다.

박 의원은 한국선주협회 로비를 받고 선령 규제완화를 위한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10개가 넘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
신계륜·김재윤 의원은 지난 4월 직업학교 이름에서 '직업'을 빼고 '실용'을 넣을 수 있도록 한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해 준 대가로 각각 5,000만원씩을 받은 혐의다.


입법 과정에서 도움을 준 신학용 의원은 1,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사립유치원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해 준 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자신의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으로 3,800만원을 챙긴 것(특가법상 뇌물)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야당 의원 3명이 구속이 되든 불구속 기소가 되는 법원에서 법리논쟁이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리논쟁과는 별개로 입법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명백한 비리이고 처벌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들 의원의 구속에만 전념하면서 마치 '토끼몰이' 하듯이 강제조치에 나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직 검찰고위 간부는 "비리 혐의 의원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똑똑히 응시하고 있다"며 "국민의 비판여론을 알고 있다면 검찰이 굳이 정치권 전쟁하듯이 비리 의원들의 사법처리에 나설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회기가 열리더라도 비리 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 '체포동의안'을 요구해 해당의원들을 법 절차에 따라 강제조치 할 방법이 있는데 왜 '정공법'을 선택하지 않고 검찰이 전근대적 방식을 고집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방탄국회를 열어 국회가 비리 의원들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그렇다면 검찰도 국민과 여론의 힘을 믿고 국회의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성숙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검찰이 '군사작전'하듯이 정치인 소탕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 수사나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식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비서관들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에 대해서는 소환은커녕 서면조사도 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적당히 얼버무렸다.

특히 제식구들의 추문과 비리에 대해서는 '꼬리자르기'와 '감싸기'로 일관한다는 비판론도 상당하다.

국민들 사이에서 '꼬리자르기 달인'을 찾으라면 '검찰이 제 1번, 국방부가 제 2번', 국정원이 3등이라는 말까지 있다.

음란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면직처리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표수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검찰은 김수창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실이 드러날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18일 전격 면직처리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법무부와 검찰은 '김 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가 타인에게 위해를 주지 않은 행위'로 경징계 사안이라 면직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그들의 해명을 믿을 국민은 단 한명도 없다.

설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직 검사장의 '품위손상 행위'가 이정도라면 중징계 사안이다.

특히 현직 검사장이 한두 곳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음란행위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단순한 경범죄가 아닌 형법상 공연음란죄가 적용될 소지가 상당하다.

이때문에 검찰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받기 전에 김 전 지검장을 일단 자르고 보자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동영상이 지난해 2월 공개됐을 때도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사표로 꼬리자르기를 했다.

일단 파문의 확산을 막은 뒤 수사를 벌였으나 김 전 차관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에 김 전 차관은 사법처리하라는 여론을 무마할 시간을 벌고자 병을 핑계 삼아 입원했지만,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비리 수사에선 '추상'같은 모습을 보이는 검찰이 제식구들의 추문과 비리 등에 대해서는 감싸기 또는 꼬리자르기 형태를 보인 것이 아니라면 그건 변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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