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주재 日대사관, 이옥선씨 대사면담 신청에 일어로 말하면…"

면담 주선 재독 한인단체 "영어·독어 요구하다가 일어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씨가 나카네 다케시(中根猛) 주독일 일본대사와의 면담이 불발되는 과정에서 일본대사관 측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고 재독 한인단체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에서 한반도 이슈를 다루는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코레아페어반트)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이 씨는 이 단체를 통해 최근 독일 주재 일본대사와의 면담을 전화로 신청했으나, 대사관 측이 면담 성사를 위한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 탓에 사실상 거절당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는 이 씨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면담 때 이 할머니 혼자서만 대사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협의회가 항의하자 대사관 측은 동행 인사들도 대사관에 함께 들어올 수 있지만, 대화는 이 씨와만 가능하다고 하고 언어는 영어 또는 현지어인 독어로만 제한하겠다고 했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이 할머니에게는 애초 불가능한 얘기다.


협의회는 대신 이 씨가 일어는 할 수 있다고 했으나, 대사관은 통역 없이 일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 다시 대응했다. 일제 치하 이 씨는 일어를 배우긴 했지만, 원어민처럼 일어를 할 수 없어서 결국 이번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협의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면담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만들어 시간만 질질 끌었다"면서 "2010년 이수산 할머님이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에도 일본대사관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옥선 할머니와 코리아협의회 내 '위안부 할머님을 위한 모임' 회원들은 이날 오후 베를린 소재 일본대사관 주변 히로시마가(街)에서 집회를 열고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직접 팔짓을 하고 구호도 제창하면서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고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 죽기 전에 배상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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