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반도 이슈를 다루는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코레아페어반트)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이 씨는 이 단체를 통해 최근 독일 주재 일본대사와의 면담을 전화로 신청했으나, 대사관 측이 면담 성사를 위한 무리한 조건을 내세운 탓에 사실상 거절당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는 이 씨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면담 때 이 할머니 혼자서만 대사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협의회가 항의하자 대사관 측은 동행 인사들도 대사관에 함께 들어올 수 있지만, 대화는 이 씨와만 가능하다고 하고 언어는 영어 또는 현지어인 독어로만 제한하겠다고 했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이 할머니에게는 애초 불가능한 얘기다.
협의회는 대신 이 씨가 일어는 할 수 있다고 했으나, 대사관은 통역 없이 일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 다시 대응했다. 일제 치하 이 씨는 일어를 배우긴 했지만, 원어민처럼 일어를 할 수 없어서 결국 이번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협의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면담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만들어 시간만 질질 끌었다"면서 "2010년 이수산 할머님이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에도 일본대사관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옥선 할머니와 코리아협의회 내 '위안부 할머님을 위한 모임' 회원들은 이날 오후 베를린 소재 일본대사관 주변 히로시마가(街)에서 집회를 열고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직접 팔짓을 하고 구호도 제창하면서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고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 죽기 전에 배상하라"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