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38일 유민 아빠 "저는 국민이 아닌가요?"

페이스북에 청와대 방문 좌절과 특별법 재합의 관련 비통한 심경 밝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 (사진=황진환 기자)
"국민의 힘만이 제 단식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20일로 단식 38일째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여·야 특별법 합의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김 씨는 "오늘 유가족들 의사는 묻지 않았는데 특별법 타결이라고 기사가 뜨더군요. 400만 명이 서명한 국민과 유가족들 뜻은 어디 가고 무슨 극적 타결이란 건지…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이 아니면 의미 없습니다"라고 여·야의 특별법 재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김 씨는 "저는 이 법안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싸울 테니 무산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특별법 관련 유가족 뜻을 전하기 위해 전날 청와대를 방문했다가 가로막힌 이야기도 꺼냈다.

"오전에 청와대로 가니 행사로 일반인을 다 통제한다고 경복궁 돌담길 중간부터 막더군요. 무슨 행사냐니 대외비래요. 알고 보니 새누리당 중앙위원 오찬행사였어요"라고 허탈해했다.

이어 김 씨는 "경찰에게 '왜 길을 막느냐'고 묻자 '대통령경호법'을 대더군요. 하지만 이는 대통령 경호 목적상 불가피할 때만 위해 방지 활동을 하는 건데 37일 굶은 제가 무슨 위해가 되나요"라고 적었다.

김 씨는 "이것이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제가 국민이 아닌가요? '유가족충'이란 말도 있던데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라고 절규했다.

단식이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김 씨 생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도 김 씨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저를 진짜 제대로 돕는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거에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고 하지 마시고, 친구·이웃에게 특별법을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되게 해 주세요"라고 밝혔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 페이스북 글 전문
8월 20일 단식 38일차. 처음 3일만 하자던 단식이 38일째가 될 줄…

어제 아침에 한 시민이 비가 오는데 제가 있는 텐트 앞에 오랫동안 엎드려 계셨어요. 저 단식 그만하라고. (알고 보니 우리 유가족이 농성을 시작하기 훨씬 전인 4월28일부터 매일 4시간씩 광화문에 나와 일인시위를 한 분이네요. 자녀가 5명이나 있는데도요. 리멤버0416 오지숙님. 마음 아파 하지 말아요. 저 괜찮아요. 피켓에 쓰신데로 저 살아서 세월호 참사 진실 밝히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 볼거에요.) 문재인 의원도 저 그만하라고, 자신이 이어서 단식하겠다고 오셨고요, 전국의 교육감 10분도 동조단식 하신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저 단식 그만하라고 말리시는데, 절 진짜 돕는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되는 거에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 이웃에게 특별법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되게 해주세요.

오늘 유가족들 의사는 묻지 않았는데, 특별법 극적 타결이라고 기사가 뜨더군요. 400만 서명한 국민과 유가족 뜻은 어디가고 무슨 극적 타결이라는건지.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 아니면 의미 없습니다. 의원님들 수사권, 기소권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을 갖다주세요.

기자회견한 데로 오늘 청와대로 갔습니다. 오전에 가니 청와대 행사로 일반인 다 통제한다고 경복궁돌담길 중간부터 막더군요. 무슨 행사냐니 대외비래요. 알고보니 새누리당 중앙위원 오찬행사였어요.

돌아왔다가 오후에 다시 갔어요. 예전처럼 끝까지 못하게 하고 와대 분수에서 길을 못 건너게 막네요. 외국인 관광객, 일반인 다 가는 길을요.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길 건너 가는 걸 막는 근거가 뭐냐, 법을 말해봐라 했습니다. 대통령경호법 하더군요. 변호사가 확인해보니 경호 목적상 불가피할 때만 위해 방지하는 활동하는 거에요. 37일 굶은 제가 무슨 위해가 되나요. 차라리 가방들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그렇겠어요. 그 사람들은 다 지나가는데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2시간을 서 있었지만 계속 막고 비키지 않았습니다.

그럼 청와대 영풍관 민원실에 대통령 면담 신청서라도 적어 낼테니 가게 해달라 했는데 그것조차 아무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편지 대통령에게 잘 전해졌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조차 묵살했던 것처럼. 저를 외면하기로 작정했구나 느꼈습니다. 기대도 안했지만 철저히 무시하더군요. 어느 새누리 의원이 그랬죠, 대통령이 바빠서 광화문 단식하는데 갈 수 없다고. 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제가 국민이 아닌가요? 유가족충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돌아와 8시도 안돼 쓰러지듯 잠이 들었습니다. 진이 빠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집니다. 상관없습니다. 저들은 제가 위험해져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론이 일어나는 것은 부담 느낄 거에요. 여론이 일어나 저들이 부담 느껴 특별법 통과될 수 있다면 저 좀 힘들어져도 괜찮아요. 제가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거니까. 제대로 된 특별법 통과되면 그때 기쁘게 밥 먹을거에요.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민의 힘만이 저의 단식을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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