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탈 규제? 손 안대고 코푸는 격"

경제학 제대로 쓸려면 여러 이론 고르게 알아야

-경제학 어렵지만 누구나 이해가능, 정책 목소리 낼수도
-경제는 정치, 전문가 진단 꼭 맞지는 않아
-박근혜 경제정책, 기본 방향 맞지만 방법이 문제
-韓 산업육성위한 준비와 대책이 전혀 없어
-韓 산업구조 기본적으로 80년대, 中 10년 뒤 추월
-중장기적 투자 안목, 박정희 정부가 최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8월 19일 (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 정관용>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죠.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 여러분 다 잘 아시죠. 이번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는 경제학 입문서를 펴냈습니다. 새삼스럽게 입문서를 펴낸 이유가 뭔지 또 우리나라 경제정책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오늘 이야기 좀 듣겠습니다. 이번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는 책을 펴내신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 전화 연결합니다. 장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한국에는 언제 오셨어요? 방학기간이라 오신 겁니까?

◆ 장하준> 네, 온 지 삼주일 됐는데 이번에 방학도 방학이지만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려고 또 특별히 왔습니다.

◇ 정관용> 그동안에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참 대중들한테 큰 가르침을 주신 책들을 펴내셨는데.

◆ 장하준> 아이고, 가르침이라뇨.

◇ 정관용> 이번에는 경제 입문서를 내셨어요. 왜 이런 걸 쓰시겠다고 마음먹으셨어요?

◆ 장하준> 글쎄, 경제라는 게 사실 뭐…우리 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대부분의 시민들께서 경제학이라는 게 어렵고 골치 아프니까 우리는 이해할 수 없고 전문가에 맡겨두는 것.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런 게 아니고 잘 설명하면 100%는 아니래도 95%는 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시민들이 경제학을 알아야, 말하자면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많은 정책이 경제문제에 개입이 되기 때문에.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장하준> 그래서 이제 경제학 전반에 대해서 조감도를 제공하면서 또 그것을 좀 쉽고 재미있게 설명 드리려고 하는 의도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 정관용> 보통 대학에 들어가면 1학년 때 경제학개론 이런 것 듣잖아요?

◆ 장하준> 네, 네.

◇ 정관용> 이건 개론서하고 조금 다른 겁니까, 그럼?

◆ 장하준> 그러니까 경제학 전공자를 위한 개론서는 아니고요. 물론 이제 전공자가 봐도 유용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지만, 이거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말하자면 민주 시민으로서 경제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경제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 민주 시민으로서 어떤 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 그런 각도에서 경제학을 가르쳐 드리려고 한 겁니다.

◇ 정관용> 그동안 책 펴실 때는 보통 몇 달씩 걸리셨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2년 반 걸리셨다고요. 두 번이나 완전히 갈아엎으셨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우셨어요?

◆ 장하준> 글쎄 보통 제가 책 쓰면 한 1년 안에 보통 뭐 9개월, 10개월 만에 하나씩 쓰고 그러는데요. 이번에는 2년 반이 좀 넘게 걸렸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경제학 전반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려다 보니까 금융이라든가 노동이라든가 제가 평소에 전공해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분야들까지 소개를 해야 되니까, 그걸 또 제가 공부를 했어야 되고요. 또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하다보니…사실 쉽게 쓰는 게 어렵게 쓰는 것보다 더 어렵거든요.

◇ 정관용> (웃음) 아, 그렇죠.

◆ 장하준> 잘 알아야 설명을 잘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부분은 저도 그냥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까 조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많이 발견하고 저도 쓰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꾸 공부를 더 해야 되고 또 재미있게 쓰려다 보니까 이게 좀…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장하준> 썼다 또 고쳤다 이런 일을 많이 했습니다.

◇ 정관용> 앞서 그 민주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 이 말씀을 하신 것하고 이 책에 보면 경제학은 정치다.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 경제는 정치입니까?

◆ 장하준> 아, 그렇죠.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은 과학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이 될 수 없는 것이, 경제학에는 자연과학하고는 달리 여러 가지 도덕적, 정치적 가정들이 많이 깔려 있거든요. 예를 들어 소득불평등이 왜 나쁘냐는 문제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공동체 의식도 흐려지고 그런 불균형 된 사회는 좋지 않는 사회가 되고…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뭐 물리학이나 화학 증명하는 것처럼 '소득 분배가 어느 이상 되면 좋고 어느 이상 되면 나쁘고' 이렇게 증명할 수가 없는 문제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정치적이나 윤리적 판단이 많이 깔리다 보니까 전문가들이 내리는 판단이 꼭 맞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전문가들도 나름대로 자기들 정치적, 어떤 가정이라든가 그러니까 입장이 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준> 도덕적으로도 다른 자세를 취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 '아, 이 사람들이 이런 가정을 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면 일반 시민들이 경제학을 아셔야죠. 그리고 사실 생각해 보면, 그냥 어렵고 뭐 하니까 전문가들한테 맡겨놓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민주주의를 하는 의미가 없죠.

◇ 정관용> 네.

◆ 장하준> 국민들이 뭔가 이해를 하고 전문가들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고 이래야 민주주의의 의미가 있는 거지 안 그러면 그냥 뭐 독재자가 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딴 사람을 데려다 그냥 시키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박정희 정권 때 초기에는 주로 그렇게 했어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 데려다가 그냥 개발계획을 만들어서 국민들은 다 따라와라, 이렇게 했지 않습니까?

◆ 장하준> 그렇죠. 그래서 이제 그것이 안 좋았다고 다들 말하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경제는 한 나라, 한 사회의 무슨 국내총생산이 얼마고 그중에 1차 산업이 얼마고 2차 산업이 얼마고 노동인구는 어떻게 분포되어 있고 이런 숫자들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 소득, 행복, 불평등, 빈곤, 직장 이런 게 다 섞여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장하준> 그렇죠. 그러니까 크게 보자면 그런 식으로 다 합치고 평균내고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지만 더 자세히 들어가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통해서 직장을 갖고 소득을 얻잖아요. 그리고 또 소비를 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소비를 하는데 속은 공허해서 불행하게 느낄 수도 있고요. 또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가. 이런 것에 따라 자기 소득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는 굉장히 분열된 사회다, 불쾌한 사회다' 이런 식으로 느낄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조금 자세히 들어가면 개인의 삶에 많은 부분이 경제문제하고 연결이 돼 있습니다.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 장하준> 네.

(자료사진)
◇ 정관용> 이런 주장을 하셨습니다. 경제학을 잘 사용하면 경제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맞죠?

◆ 장하준> 그럼요, 네.

◇ 정관용> 그럼 경제학을 잘 사용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거고 잘 못 사용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 장하준>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물리학 같이 이론이, 맞는 이론이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이제 책에서도 소개를 드렸는데 최소한 경제학에 9개 학파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자유시장주의를 주장하는 학파만도 그중에 3개고요. 그러나 다 다른 방법으로 자유시장주의가 좋다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네.

◆ 장하준> 그래서 이렇게 의견이 굉장히 갈려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제대로 쓰려면 어떤 이론들이 있고 이게 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를 알아야 균형 잡힌 논쟁을 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잘 모르시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논의가 흑백 논리로 흘러가 버리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준> '맞냐, 틀리냐', 이런 식으로 해서 '이거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리는 거고', 이런 게 아니라 굉장히 고려할 측면도 여러 가지 있고요. 예를 들어 저는 경제성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평등이라는 문제도 중요하고 또 공동체 의식이라든가 그 수량화할 수 없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런 면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런 것을 다 균형 있게 보려면 여러 가지의 이론을 알고 그 장단점을 알아서 필요한 때에 맞는 이론을 적용하는 그런 능력이 필요하고요. 경제학을 잘못 사용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어떤 특정이론, 그게 소위 자유시장주의 이론이 됐든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됐든 어떤 특정 이론이 '진리다', 그렇게 믿고 그거에 반대하는 사람은 다 틀린 거고 이런 식으로 흑백논리로 몰아가는 게 경제학을 잘못 쓰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제 식으로 해석하면 흑백 중에 선택이 아니라 방법론적으로 섞고 절충하고 뭐 이렇게 해야 한다, 이 말이군요?

◆ 장하준> 그렇죠. 그래서 제가 책에서 말한 구호 중의 하나가 백화제방(百花齊放). 그러니까 모든 꽃을 다 피게 하고 이종교배, 서로 다른 학파를 섞어서…제가 이제 책에서는 칵테일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안목을 더 넓히고 깊게 해야 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백화제방 중에서 이것저것 섞어서 칵테일 만들기가 더 어렵잖아요. 한 가지로 쭉 따라가는 것보다.

◆ 장하준> 그렇죠. 그런데 지금까지 뭐 한 가지가 맞는다고 해서 굉장히 경제를 망치고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얘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옛날에 공산주의 시절에는 '마르크스주의 이론만 맞는 것이다'해서 거기에 반대하면 다 잡아가두고. 또 자본국가에서는 지나간 30여 년 동안 탈규제하고 자유 시장에 다 맡겨놓는 게 해결책이다라고 해서 2008년에 엄청난 금융위기를 가져와서 많은 사람을 실업자를 만들고 대출금을 못 갚아서 집 뺏기게 해서 괴로움을 주고. 그런 식으로 해서 많은 사람을 또 희생을 했단 말이죠. 그래서 그 흑백으로 하는 게 당장 할 때는 시원시원 해서 좋은 것 같지만,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박근혜 정부 이제 집권 2년 차가 되고 2기 경제팀이 출범해서 이런저런 규제를 풀자. 그래서 특히 또 서비스산업 활성화하자 그리고 기업체들로 하여금 임금인상이나 배당을 더 하도록 해서 가계소득을 증대시키자, 뭐 여러 가지 정책을 펴내고 있잖아요. 논평을 하시면요, 이게 경제학을 잘 쓰고 있습니까? 우리 박근혜 정부는?

◆ 장하준> 글쎄요. 지금 경기가 안 좋으니까 그거를 활성화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특히 가계소득을 늘려서 하자 이런 차원에서는 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그거를 이루는 방법이 말하자면 주로 하겠다는 것이 탈규제, 특히 서비스산업 탈규제를 통해서 하겠다는 건데 저는 그것은 지금 잘못된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가 규제가 많은 것보다도 뭔가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기술력이라든가 조직력이라든가 이런 게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건데, 그거에 대한 대책은 사실 거의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발전시키겠다는 서비스업 같은 것도 뭐 서비스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거면 좋죠. 그런데 되게 보면 뭐…금융, 컨설팅, 디자인 이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은 그 밑에 제조업이 강해야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이고요. 왜냐하면 이런 사업들은 고객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제조업체들이기 때문에.

◇ 정관용> 기업들이죠.

◆ 장하준> 그럼요. 그리고 지금 장려하겠다고 하는 서비스산업 내용도 보면 예를 들어 교육 같은 경우에는 외국학교를 유치한다든가 관광 같은 경우에는 카지노 만들어서 중국 사람들이 도박하러 오게 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좀 속된 말로 하면 남의 힘 빌려서 손 안대고 코풀려는 정책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서비스산업도 제대로 개발을 시키려면 엄청나게 자금 투자하고 인력양성하고 외국에서 또 필요한 것은 배우고 이런 식으로 해서, 옛날에 말하자면 제조업 산업 발전시켰던 것처럼 진짜 말하자면 산업정책을 가지고 해야 되는데.

◇ 정관용> 네.

◆ 장하준> 그냥 뭐 풀어놓으면 대강 되겠지 이런 식의 정책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럼 그 핵심이라고 조금 아까 말씀하신 우리 경제를 한 번 더 도약시킬 기술력과 조직력을 키우는, 그건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 장하준> 그러니까 우선 기술력이라는 게 그냥 뭐 가만히 앉아 있고 규제 완화한다고 풀리는 게 아니라 정부가 또 투자를 많이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미국은 자율시장경제고 정부가 그냥 놔두니까 사람들이 창의성이 있어서 기술 개발시키고 이런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정부가 미국 전국에서 하는 연구개발비의 50% 이상을 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 정관용> 그래요?

◆ 장하준> 네, 그래서 미국 정부가 지금 보면 사실 지금 기술력 우위가 있는 전자산업이라든가 생명공학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대부분의 초창기에는 정부가 엄청난 연구개발비 투자를 해서 만든 겁니다. 그래서 컴퓨터, 인터넷, 항공 산업, 생명공학 이런 것들이 엄청난 정부 자금 지원을 받아서 된 거고. 그러니까 미국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가서 '아, 우리는 뭐 정부가 산업보조 안 해'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명목은 국방연구, 보건연구지만 사실은 그런 데 정부가 지출한 연구비가 기초가 돼서.

◇ 정관용> 아, 그래요?

◆ 장하준> 네, 그 산업들이 큰 거거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연구비에서 지출하는 비율이 한 20%밖에 안 되고 미국은 그게 많은 해에는 70% 되는 해도 있었고 보통 40%에서 50%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기술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기술 같은 것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이 특히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도 정부연구소 같은 데서 많이 도와줘야 되고요.

◇ 정관용> 그런 좀 중장기적 투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 말씀으로 들어도 될까요?

◆ 장하준>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사실 1990년대 휴대전화 나온 것 말고는 기본적으로 1980년대 산업구조 아닙니까?

◇ 정관용> 네.

◆ 장하준> 주축산업이 자동차, 조선, 전자, 철강 이런 건데 지금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한테 다 따라 잡힐 거고. 그러면 다음에 어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 단계를 더 뛰어서 예를 들면 국민소득 2만 불짜리 나라에서 미국이나 스위스 같이 국민소득 4만 불, 5만 불짜리 나라가 되느냐, 그 고민을 더 해 봐야 된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은 이제 확장재정정책을 사용한다든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다든지 서비스 규제 완화한다든지 뭐 기업한테 배당을 좀 늘리도록 강제한다, 이런 거는 다 그냥 어떻게 보면 단시안적인 그런 거로군요?

◆ 장하준> 네. 아니 그러니까 저는 단기적으로 재정확장을 한다든가 그런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게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되거든요.

◇ 정관용> 그렇군요.

◆ 장하준> 개인도 그렇잖아요. 나중에 자기가 대학을 가서 교육을 받아서 더 좋은 직장 얻을 수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대학을 가는 게 맞는 거잖아요. 나라도 그런 거죠, 지금 당장 돈을 막 더 써서 경기를 확장시키더라도 나중에 그걸 지탱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지고 기술력 향상이 이루어지면 문제가 될 게 없는데, 문제는 그렇게 재정확장을 하는 정책들이 과연 우리의 장기적인…중장기적인 어떤 생산성을 얼마나 올려주고 경쟁력을 얼마나 올려줄 건가, 그거에 대한 고민이 불충분 한 게 아닌가 그런 인상입니다.

◇ 정관용> 그런 중장적적 안목에서 봤을 때 갑자기 너무 좀 우스꽝스러운 질문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어떤 정부가 제일 경제정책을 잘했습니까?

◆ 장하준> 글쎄, 뭐 그런 중장기적인 성장전략만 보면 박정희 정부 아니겠습니까? 물론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큰 과오를 저질렀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우리도 철강 산업 세우고 자동차산업 세우고 조선 산업을 세우겠다고 했던 굉장히 20년, 30년을 보고 정책을 한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럼 전두환 정권 이후에는 그나마 좀 중장기적 관점에서 잘한 정책 없습니까?

◆ 장하준> 글쎄요. 뭐 그런 생산성 향상이라든가 그런 측면에서는 그때…60, 70년대 만한 정책이 없었죠. 아니 예를 들어 김영삼 정권 때 금융 실명제라든가 이런 의미 있는 다른 정책들은 있었지만 그러한 장기기술력 향상이라든지 성장전략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그 이후에 옛날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한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 이후에 지금 이제 90, 2010, 2010…30몇 년 동안 또 우리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거든요? 그 동력, 동인은 그러면 어디에 있다고 봐야 되겠습니까?

◆ 장하준> 그게 그 말하자면 6, 70년대, 80년대 초중반까지 만들어놓은 틀에서 그 속에서 이제 업그레이드를 잘한 거죠. 그런데 이제 문제는 그다음에 어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것이 별로 없고 주어진 것을 더 잘하게는 됐지만, 지금 예를 들어 태양전지라든가 이런 분야에서 중국한테도 지금 뒤떨어져 있거든요.

◇ 정관용> 아, 첨단산업에서도?

◆ 장하준> 그렇죠. 그런 거에 이제 더 신경을 쓸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것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장하준> 정부의 정책 관심이 그런 쪽으로 집중돼 버리면 더 중요한 부분에는 관심도 안 가고 자금도 안 간다는 것이죠.

◇ 정관용>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서 그러면 지금 이와 같이 경제는 여러 방법론들이 있고 그 방법론을 어떻게 잘 섞어서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치해서 국가적으로 돈,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이런 것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정치이면서 곧 경제 아니겠습니까?


◆ 장하준> 그렇죠, 네.

◇ 정관용> 그러면 이 과정을 일반 시민들이 좀 안다고 해서 바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또 없는 거잖아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 장하준> 아니,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물론 전문가한테 맡겨놔야 되고 시민들이 일일이 신경 쓸 수도 없지만, 지난 2012년 선거에서 왜 갑자기 복지가 화두가 돼서 하다못해 새누리당에서까지 복지를 제1번으로 걸고 나왔겠어요. 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장하준> 시민들이 살기가 힘들고 너무 각박한 사회가 되니까…사실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기록이 많습니다. 자살률 세계 11위, 출산율 세계 최저 1위 그런데 그런 상황에도 국민들이 정말 제대로 된 복지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요구가 나왔기 때문에 모든 정당이 복지를 하겠다고 나온 거거든요. 그게 민주주의의 힘이죠.

◇ 정관용> 그렇게 대선을 치르기는 했는데 그로부터 2년 지났습니다. 복지 나아졌나요?

◆ 장하준> 뭐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때 한 약속을 대부분 안 지켰기 때문에, 사실 정책하다 보면 사정이 바뀌면 약속한 그대로 꼭 못 지킬 수도 있지만 너무 그걸 가볍게 넘어갔어요. 그래서 바꾸려고 그러면 사실은 이런이런 사정에 의해서 이렇게 바꾸어야 된다고 잘 국민들을 설득하고 설명을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하겠다.

◇ 정관용> 약속도 다시 하고?

◆ 장하준> 그러한 약속이라도 해야 되는데 지금 그냥 '아이고, 경제사정 어려우니까 없던 일로 하죠.' 이렇게 해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사실 굉장히 화가 나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결국은 2012년에 복지 화두가 되게끔 만들어낸 것은 우리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이었는데.

◆ 장하준> 그럼요.

◇ 정관용> 그 화두가 지켜지도록 만드는 힘은 아직 없군요.

◆ 장하준> 네. (웃음) 그런데 그것도 국민들이 더 이렇게 신경을 쓰고 목소리를 내시면 결국 될 거예요. 저는 그래서 민주주의가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열심히 읽고 민주 시민으로 우뚝우뚝 서야 되겠습니다.

◆ 장하준> 아이고, 감사합니다.

◇ 정관용> (웃음)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하준>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와 인터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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